증권 종목·투자전략

금융위·거래소 압수수색간 경찰, 증권범죄수사 기선 잡기?…사실은 [서초동 야단법석]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전경. /연합뉴스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전경. /연합뉴스



지난달 27일 금융권과 법조계가 크게 술렁였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가 압수수색 영장을 들고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를 찾은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이는 코스닥 상장사 A사에서 벌어진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자료를 받기 위함이었다. 이같은 자료는 기관이 임의로 제공할 수 없기에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집행한 것이었다. 이날 경찰이 각 기관에서 무슨 자료를 확보했는지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한국거래소에서 해당 업체 심사결과보고서와 관련 서류를 확보했다는 사실만 전해졌을 뿐이다.

'경찰이 주가조작 사건을 왜?'..의문 확산
이에 업계에서는 관측과 뒷말이 쏟아졌다. 경찰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수사하는 경우가 드물다는 점이 소문을 확대 재생산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각종 찌라시가 돌았다고 한다. 특히 이같은 말들은 서울남부지검에 해당 업체에 대한 사건 하나가 배당되어 있다는 얘기가 더해지면서 더욱 무성해졌다.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이 주가조작 수사를 본격화하려는 신호탄이다’ ‘수사를 진행하는 서울남부지검과 영장을 청구해준 서울중앙지검 간의 갈등 표출이다’ 등등의 말이 나왔다. 또 압수수색 당시 금융당국과 경찰 간의 의견 충돌이 있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졌다.

이처럼 압수수색이 논란으로 번진 이유는 현재 검·경 수사권 조정 후속 논의가 진행되는 가운데 증권·금융범죄를 포함해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를 놓고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올해 초 검찰 조직개편으로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이 폐지된 것도 해당 수사를 경찰이 하게끔 하려는 복안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는 상황이다.

중앙지검, 남부지검 사건 알고 영장 청구한 건 아냐
1일 서울경제가 금융당국과 경찰, 검찰 등을 취재한 결과 실제 압수수색 영장 신청·청구 과정은 이같은 관측·소문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앞서 경찰은 어떤 피의자에 대해 수사를 진행하다가 A사에서 일어난 주가조작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를 발견했다고 한다. 이에 금융당국 측에 문의해보니 해당 종목에 대한 사건이 조사를 거쳐 검찰로 고발됐다는 것을 파악했다고 한다. 다만 금융당국은 어떤 혐의인지까지는 알려주지 않았다고 한다. 그렇다고 수사기관 간의 보안 상 이를 검찰에 문의해서 알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한다.



이에 경찰은 수사를 진행하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에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를 법원에 청구해주었으며 발부가 됐다. 이때 서울남부지검에 사건이 배당돼 있다는 정보가 경찰의 영장 신청 서류에 들어가 있지 않았다고 한다. 따라서 서울중앙지검이 서울남부지검에 사건이 배당돼 있음을 알고도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다는 ‘갈등설’은 사실이 아닌 것이다.


영장을 발부받은 경찰은 각 기관으로 가서 영장을 집행해 자료를 확보했다. 금융감독원에서는 경찰에게 앞서 검찰로 사건을 이첩할 때 보낸 공문을 내주었을 뿐이라고 한다. 이후 경찰에서 확보한 자료를 확인해 보니 경찰이 수사하는 혐의는 서울남부지검에 배당된 A사 사건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고 한다. 수사 대상인 종목은 같으나 혐의와 관련한 기간과 사람이 다르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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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조작 사건 조사는 금융당국, 수사는 검찰이 통상적
이같은 통상적인 영장 신청·발부 과정을 거쳐 압수수색이 진행된 것임에도 경찰이 애초에 주가조작 혐의 사건에 대해 자료 확보까지 나선 데 대해선 의구심이 이어지고 있다. 보통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법 위반 사건의 수사 단초는 거래소의 시장감시 과정에서 나온다. 이때 금융위·금감원은 거래소로부터 자료를 넘겨받아 조사를 진행한다. 그리고 그 결과에 따라 검찰 고발 등의 처분을 한다. 서울남부지검이 증권·금융범죄 중점청 역할을 해온 것도 이 연장선상에서다.



자본시장법은 이처럼 금융당국이 혐의를 발견했을 때 검찰총장에게 통보하도록 하고 있고, 또 검찰총장에게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금융당국에 관련 정보를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을 주고 있다. 즉 조사의 주체는 금융당국, 수사의 주체는 검찰로 거론하고 있는 것이다. 비록 경찰이 자본시장법 수사를 하지 못하도록 한 것은 아니지만, 이같은 법상 조사-수사의 프로세스 때문에 관련 혐의 수사는 검찰이 주로 수행해왔다. 거래소의 한 관계자는 “경찰이 압수수색 영장을 가지고 자료를 받으러 온 경우가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경찰 "검사와 병합 여부 협의할 것"
다만 경찰은 기존에도 이런 혐의가 포착되면 통상적으로 수사를 해왔다는 입장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주가조작 사건에 대해 경찰이 압수수색 영장을 받아 자료를 확보하는 경우가 없지는 않았다”고 했다.

더군다나 경찰은 이번 사건을 끝까지 하겠다고 고수하는 입장도 아니다. 경찰은 조만간 서울중앙지검을 찾아 남부지검에 있는 사건과 병합할지에 대해 협의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사건이 동일 종목에 대한 것이니 어떻게 하면 좋겠는지 지휘 검사와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권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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