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 정책보좌관 비리 의혹을 조사한 국민권익위원회 소속 공무원의 인사를 놓고 당사자인 A팀장과 권익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부문은 부당한 부분이 있는지 여부다. 권익위는 줄곧 “업무수행 등을 평가한 통상의 인사”라고 설명한다. 반면 A팀장 측은 “사건 송부 처리에 문제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단행한 부당인사”라고 반박하고 있다.
게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재택근무를 하고 있었고 긴급하지 않은 사안인데 이른바 ‘윗선’에서 검찰 송부를 재촉했다며 정치적 의도가 깔린 게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4·15총선 전 검찰 송부를 종용하는 등 선거에 영향을 주려고 했거나, 현직 장관의 정책보좌관 비리 의혹 조사라 실무 조사자들에게 이른바 ‘책임 전가’를 하려는 의도가 인사 이면에 있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다.
부당인사 논란이 시작된 것은 지난 4월20일. 당시 권익위 인사발령 공지에는 두 사람이 각각 부패영향분석과 무보직 서기관, 행동강령과 직원으로 옮긴다는 내용이 담겼다. 추 장관 정책보좌관이 전주지검 검사로 재직할 시절, 장애인협회 공금 횡령 사건 수사 과정에서 금품청탁을 받았다는 신고에 따라 두 사람이 해당 사건을 조사해 같은 달 16일 대검에 송부한 지 닷새 만에 생긴 일이었다.
A팀장 측은 원칙 등을 무시한 인사라고 지적했다. 당시 코로나19로 재택근무를 하던 터라 곧장 검찰에 송부하기가 어려웠다. 송부 사실 확인과 동시에 언론에 알릴 수 있다고 신고자 측에서 귀띔한 점도 업무를 서두를 수 없는 이유 가운데 하나였다. 자칫 총선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권익위 분과위 의결 이후 검찰 송부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열흘. 그 사이에 4·15총선이 치러졌다. 검찰에 송부한 뒤 한 종합편성채널에서 해당 사안을 보도한 것은 사흘 뒤인 4월19일이었다.
결국 업무수행 등을 고려한 일방적인 인사로 문제가 없다는 권익위 측과 부당한 인사라는 A팀장 측 주장이 충돌하면서 박은정 권익위원장과 B국장이 4월26일 권익위에 부패 신고를 당하는 초유의 사태로 번졌다. 부당인사 논란에 권익위 수장은 물론 고위임원까지 권익위 심판대에 올려진 셈이다.
권익위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A팀장 등이 부당인사라고 주장하는 이유는 두 가지”라며 “우선 공무원임용령에 명시된 필수보직기간을 위반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A팀장이 인사 전 보직으로 자리를 옮긴 것은 올해 2월5일. 하지만 석 달도 되지 않아 무보직 팀장으로 발령이 났다. 이는 공무원임용령 제45조(필수보직기간의 준수)와 맞지 않다. 해당 규정은 ‘실장·국장 밑에 두는 보조기관 또는 이에 상당하는 보좌기관인 직위에 보직된 3급 또는 4급 공무원과 고위공무원단 직위에 재직 중인 공무원의 필수보직기간은 2년으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재택 기간 중 출근해 송부를 하지 않았다고 B국장이 질책하는 등 검찰에 알리는 것을 서두르려고 했다”며 “감찰 부서가 아닌 곳에서 A팀장 등을 서면조사하고 BH(청와대)에 알려야 한다며 중간에 사건 진행상황을 B국장이 확인한 점도 부당인사라 생각할 수 있는 요인”이라고 밝혔다. 실제 서울경제가 단독 입수한 A팀장과 B국장의 대화 녹취록에서도 인사 갈등은 드러난다.
A팀장의 문제 제기에 B국장은 “위원장이 가장 싫어하는 게 본인이 정치적 오해를 받는 그런 부분이다. 어떤 행위를 했는지 모르지만 오비이락 격으로 선거 다음날 이렇게 하면서 위원장님이 ‘가장 본인이 받아들일 수 없는 실수였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묵과할 수 없다’는 말을 했다”고 밝혔다.
또 “그런 부분에 대해 윗사람들과 상의·고민했어야 한다. 위원장이나 조직 입장으로 봤을 때 얍삽하게 처리가 됐다. 충돌 문제도 그렇고, 조직을 위해 본인(위원장)이 관리한 가치를 훼손시켰다는 것 때문에 위원장이 노하셔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A팀장이 재택근무를 한 데 대해서도 “위원장도 출퇴근을 서울로 했다. 기차 타고 위원장도 계속 왔다 갔다 한다. (재택근무) 부분에 대해서는 내가 봐서는 설명이 좀 안 맞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