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정작 우리는 홍콩의 대체도시로 기능할 제도적 준비를 거의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동북아 금융허브’를 국가적 전략으로 내세운 후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고민을 거듭해왔다. 서울을 아시아 3대 금융허브로 키우고 부산에도 국제금융센터를 설치해 전략적 거점 기능을 하고자 했다. 하지만 오랜 세월이 흘렀음에도 금융회사들은 예대금리차에 매달리는 천수답식 경영을 거듭하고 있다. ‘금융의 삼성전자’ ‘한국판 골드만삭스’를 만들겠다고 외쳤지만 글로벌 무대에서 통할 변변한 자산운용사 하나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부산에는 서울에서 옮겨온 금융공기업만 줄지어 있다. 동남아 시장을 공략해왔지만 최고 수준의 금융그룹조차 전체 순이익 중 글로벌 비중이 10%대에 그친다.
정부는 차제에 금융산업 경쟁력 확보 전략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 미국 입장에서는 홍콩의 지정학적 지렛대 역할이 필요하기 때문에 허브 기능이 당장 사라지지 않겠지만 불안한 국면은 꽤 이어질 것이다. 전 세계 인재들이 들어올 수 있도록 노사관계 등 환경을 잘 만든다면 글로벌 금융사의 아시아 본부를 한국으로 이전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 말로만 허브를 외친다고 자본이 들어오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