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정책

동학개미가 채운 '나라곳간'...증권거래세 벌써 4.3조

올들어 5개월간 증시거래대금 1,700조

지난해 연간 거래대금 75% 돌파

증권세수도 올해 사상최대 수준으로 걷힐듯

거래세 점진적 폐지와 양도세 전면 부과 등

주식세금 개편 논의도 본격화 예고




올 들어 지난 5월까지 주식 거래대금이 1,700조원을 넘어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증시 변동성이 커진데다 ‘동학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의 주식매수가 활발했기 때문이다. 이에 증권거래 관련 세수도 4조3,000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지난 6년 평균 거래세수는 연 약 6조4,000억원으로 이의 약 3분의2에 해당하는 금액을 5개월만에 돌파한 셈이다. 지난 총선에서 여야 모두 증권거래세 인하를 약속한 바 있어 ‘동학개미’들의 공약이행 요구 목소리가 높아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정부가 코로나19로 돈 쓸 곳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이런 요구를 쉽게 받아들 일 수 없는 형편이다. 이에 거래세 인하뿐만 아니라 양도세 강화 등 증권거래세 전반에 대한 개편에 대한 논의도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5월 말까지 유가증권(코스피)시장과 코스닥시장의 거래대금은 각각 907조 7,727억원과 820조 864억원 등 총 1,727조 8,59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연간 거래대금(2,288조원)의 75.5%에 해당하는 규모다. 또 2000년 이후 최고 거래치를 기록했던 2018년 2,799조원의 61.7%다. 지난 5년간 연평균 거래대금이 2,285조원 수준이었음을 감안하면 올해 이례적으로 높은 수준의 거래량이다.

사상 최대 수준 증권거래세 걷히나
거래대금이 급증하면서 증권거래 관련 세수도 크게 늘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상장된 주식을 거래하면 ‘대주주 요건’에 해당하는 투자자를 제외하고는 양도세를 부과하지 않는 대신 매도시에 거래세만 매긴다. 1~5월 주식대금에 증권거래세율(유가증권 0.1%, 코스닥 0.25%)을 적용해 추산한 증권거래세는 약 2조9,579억원이다. 또 유가증권시장 거래에 추가로 붙는 농어촌특별세(0.15%)가 1조3,616억원이다. 두 가지 세목을 합쳐 1~5월에만 개략적으로 총 4조3,195억원의 세수가 발생했을 것으로 계산된다. 다만, 우정사업본부·시장조성자 등 일부 비과세 대상이 있어 실제 세수는 이보다 다소 작다.


지난해 증권거래 관련 세수는 증권거래세 약 4조3,600억원, 농어촌특별세 약 1조8,400억원 등 총 6조2,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올 들어 5개월간 세금이 지난해 전체 세금의 69.6%에 달하는 셈이다. 정부가 지난해 6월부터 증권거래세를 0.05%포인트 인하하면서 연간 6~8조원에 달하는 세수가 2조원 가량 줄어 들 수 있다며 우려가 컸다. 그러나 올해 주식거래량이 급증하며 예상과는 다른 결과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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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과 같은 주식 투자 열기가 이어지면 올해 사상 최대 수준의 증권거래세가 걷힐 것으로 전망된다. 국세통계 연보에 따르면 거래금액이 사상 최고였던 2018년 증권거래세는 6조2,512억원, 농어촌특별세는 2조2,038억원 등 총 증권거래 세금이 8조4,450억원에 달했다. 당시는 증권거래세율이 지금보다 높았다. 1~ 5월 거래대금이 2018년 한해 금액의 60%를 벌써 넘어서고 있어 연말까지 기록을 갱신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올해 거래 세수도 2018년에 육박하거나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동학개미들, 거래세 인하는 좋지만 양도세는 걱정




거래 세수가 급증하면서 증권거래세 추가 인하에 대한 요구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증시 거래 활성화의 일등 공신은 개인투자자들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시장에서 올해 개인투자자들의 거래 비중은 57.9%로 지난해 대비 약 10%포인트 가까이 늘었다. 코스닥 시장은 워낙 개인 중심의 시장으로 거래 비중이 86.8%에 달한다. 전체평균으로도 개인들의 거래 비중이 올해 70%를 넘어섰다. 그만큼 개인투자자들이 증권거래세를 많이 내고 있다는 의미다.

이번 총선에서 여야 모두 증권거래세 인하를 공약한 바 있다. 그러나 단서가 달려 있다. 거래세의 단계적 인하와 함께 양도세 과세로 전환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는 여당이든 야당이든 같다. 정부와 여당은 특히 코로나19로 재정 상황이 악화되고 있는데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공평과세 원칙이 자본시장에도 적용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총선 공약집에서 △증권거래세는 점진적으로 폐지하고 상장주식에 대한 양도소득세 과세로 전환 △주식양도세 과세 체계 전환 후 주식과 펀드, 펀드 상호간, 금융상품간 손익 통산 허용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미래통합당 역시 당시 △증권거래세의 단계적 폐지 △합리적인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체계 도입을 통한 이중과세 해소 △손익 통산 및 이월공제 허용 등을 공약으로 내 걸었다.

정부, 조만간 증권세제 개편 방안 내놓을 듯
증권 업계에서는 정부가 조만간 발표할 내년 세법개정안에서 증권거래세 인하와 양도세 강화 방안 등 자본시장 세제개편의 방향을 밝힐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특히 올해 말부터는 주식 양도세가 부과되는 대주주 기준이 기존 종목당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확대된다. 투자자들과 증권업계에서는 3억원으로의 확대 유예를 건의하고 있지만 이 같은 방침이 쉽게 바뀌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히려 양도세 과세를 강화했으면 했지 늦출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증권거래세의 단계적 폐지의 전제로 손익통산, 손실과세이연, 소액투자자 양도세액공제 등을 포함한 양도세 전면 부과 방안이 나올 가능성이 제기된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상반기 중 증권거래세 개편과 관련한 연구 용역을 마무리하고 정부 방침을 밝히겠다고 여러 차례 예고한 바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증권거래세의 점진적 인하와 양도세 점진적 강화는 ‘한 패키지’의 정책”이라며 “정부와 국회가 전체적인 개편방향을 조만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이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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