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1일(현지시간) 인도의 신용등급을 투자적격에서 가장 낮은 ‘Baa3’로 강등했다.
1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무디스는 이날 성명을 통해 인도의 외화표시 장기신용 등급을 종전의 ‘Baa2’에서 ‘Baa3’로 한 단계 낮춘다고 발표했다. ‘Baa3’는 투자적격등급 중엔 최하위이자 투자부적격인 정크등급의 바로 위에 있는 등급이다. 무디스는 인도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유지해 등급을 다시 하향 조정할 가능성도 남겼다.
무디스는 이 같은 조치의 배경으로 인도의 경기 부진과 재정상황 악화를 들었다. 블룸버그통신은 인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하기 전인 지난 3월 재정적자 목표치를 넘었으며, 올해 예산 적자는 연말로 갈수록 더 심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조치로 무디스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피치가 인도에 부여한 등급 수준은 같아졌다.
인도의 심각한 경제 상황은 이미 각종 지표에서 드러나고 있다. 지난달 30일 인도중앙통계청(NSO)은 올해 1~3월 인도의 경제성장률이 3.1%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당시와 같은 수치다. 인도 중앙은행은 지난달 31일 코로나19 여파로 올해 인도 경제가 1979년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문제는 인도의 경제 정상화를 방해하는 코로나19 확산세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1일 오전 9시 인도 보건·가족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인도 내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전날보다 8,392명 늘어난 19만535명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 수는 4일 연속 최다치를 경신하며 가파른 확산세를 보이고 있다. 이로써 인도는 국제 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 기준 세계에서 7번째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많은 나라가 됐다. 설상가상으로 100만명당 검사 수가 2,710건으로 여전히 적은 편에 속해 앞으로도 확진자가 많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의 가파른 확산세에도 인도는 이달부터 전국 봉쇄 조치를 단계적으로 해제하기로 했다. 지난 3월 25일부터 두 달 넘게 이어진 봉쇄 조치로 인해 경제가 마비되자 방역 대신 경제 회생에 무게 중심을 두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코로나19 확산세가 더욱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