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트위터로부터 ‘경고 딱지’를 받아 화풀이로 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행정명령이 역풍을 맞았다. SNS 규제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트럼프 대통령의 게시물을 손 보지 않겠다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했다.
"트럼프 행정명령, 비헌법적 보복행위"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 계정에 올린 자신의 글에 트위터가 ‘거짓 정보일 가능성이 높다’며 팩트를 확인하라는 딱지를 붙이자 지난달 28일 SNS 업체가 이용자의 게시물을 임의로 고치거나 지우면 법적 책임을 면할 수 없다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행정명령 서명식에서 윌리엄 바 법무장관은 SNS 기업을 상대로 한 소송도 제기하겠다고 밝혀 이 행정명령은 사실상 소셜미디어 업체를 길들이기 위한 조치로 해석됐다.
CDT는 소장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로부터 경고를 받은 뒤 행정명령을 발동했다는 점을 지적하고, 이 행정명령이 트위터를 겨냥한 비헌법적 보복 행위라고 주장했다. 또한 앞으로 정보에 반대하는 기업이나 개인의 의견 표출을 위축시켜 온라인 공간에서의 미국민의 자유로운 발언을 가로막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수 성향 싱크탱크인 캐피털리서치센터(CRC)는 CDT가 구글과 페이스북,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의 업체로부터 후원을 받는 단체라고 밝혔다.
여전히 조심하는 저커버그
저커버그는 백인 경찰의 가혹행위로 숨진 흑인 조지 플로이드의 동영상이 페이스북을 통해 공유되면서 이번 시위 사태가 확산했음을 거론하면서 직원들에게 더 큰 맥락에서 이번 사안을 봐 달라고 당부했다. 또 대기업 CEO들이 최근 부쩍 인종차별 반대 목소리를 내는 데 대해 쓴소리를 하기도 했다. 그는 “거대한 위기가 발생했을 때 그런 말을 하는 것은 특별한 용기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며 “저와 다른 리더들이 이 사안과 관련해 그동안 해왔던 일들을 주목해달라”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의 게시글에 경쟁사인 트위터는 ‘폭력을 미화했다’며 경고 표시를 했으나 페이스북은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자 페이스북 직원들은 ‘가상 파업’을 벌이는 등 반발했다. 이날 회의도 사내외 비판 여론이 거세자 애초 4일로 예정된 일정을 앞당겨 마련한 것이다. 페이스북의 한 엔지니어는 “페이스북은 역사의 잘못된 편에 서서 증오를 무기화하는 선동에 공모하고 있다”고 지난 1일 사직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페이스북 직원 가운데는 저커버그 입장을 지지하거나 민감한 사안에는 휘말리고 싶어하지 않는 직원들도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이번 화상 회의 뒤에도 ‘저커버그가 입장을 바꿀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았다’라거나 ‘그의 입장에 깊은 슬픔을 느낀다’는 등 다양한 반응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