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기자의눈]제품만 일류, 경영문화도 선진국으로 가자




박형윤 생활산업부 기자

“한 때는 이 회사가 업계 1위가 되는 것을 목표로 열심히 일했지만 직원들에게 아무런 이야기 없이 회사가 팔리는 것을 보고 절망감이 들었습니다”. 한 프랜차이즈 업계 본사 직원이던 A 씨는 현재 매장에서 치킨을 튀기고 있다. 회사가 사모펀드에 넘어가 노조를 구축하고 전면에서 활동을 한 탓에 문책성 인사를 받은 탓이다.


유통업계의 두 축인 K푸드, K패션의 경쟁력은 이미 글로벌 최상위 수준이지만 프랜차이즈 업계의 경영 문화는 여전히 선진국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아직 경영 프로토콜을 갖추지 못한 신생 기업들이 많을뿐더러 노조 등 안전 체계가 구축되지 못한 탓이다. 물론 업황에 따라 인력감축 등이 필요한 경우는 있지만 회사 구성원들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조차 지키지 못하는 것은 국내 유통업계의 이미지를 망치는 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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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캘란의 사례를 보자. 맥캘란의 국내 판권을 보유했던 에드링턴코리아는 한국 철수를 급작스레 발표하며 직원 40명을 해고했다. 한국법인 철수 결정이 났기 때문에 직원들의 해고는 불가피한 수순으로 보였다. 하지만 에드링턴 코리아를 이끌던 대표는 갑작스레 개인 회사를 세우더니 맥캘란의 한국 판권을 계약한다. 직원은 잘라놓고 본인이 세운 신설 법인으로 이득을 보겠다는 셈이다. 아직은 작은 수준이지만 맥캘란을 불매운동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내 스파(SPA)브랜드로 꾸준히 성장해 온 탑텐의 신성통상도 최근 직원 30여명 가량을 해고하면서 잡음이 일었다. 코로나19 탓이라지만 예고 없는 ‘당일 해고’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효과를 보기 시작했던 애국 마케팅이 금이 가는 순간이다.

‘가치소비’란 말이 괜히 생겨난 것이 아니다. 제품도 중요하지만 직원과의 신뢰를 지키는 경영 문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기업의 도덕성에 대한 국민적 분노는 쉽게 수그러들지 않는다. 이미 일본 기업뿐 아니라 ‘대리점 갑질’ ‘성추행 피해자 해고’ 등의 사건으로 불매운동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여러 기업이 이를 방증한다.

박형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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