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4분기에 삼성전자(005930)의 반도체 재고는 줄어든 반면 가전제품과 휴대전화 재고는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언택트 경제’ 확산으로 이들 제품간 수요가 크게 엇갈렸기 때문이다. 미·중 무역분쟁 격화에 따른 화웨이 제재로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부는 이득을, 반도체 사업부는 손실을 볼 것이라 전망도 나와 올 한해 삼성전자의 재고 관리가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4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올 1·4분기 삼성전자의 반도체 관련 재고는 11조4,688억원으로 지난해 말 11조9,120억원 대비 소폭 줄었다. 다만 2018년 말 반도체 관련 재고액(12조 7,629억원)과 비교하면 1년 3개월 사이에 1조3,000억원 가량의 재고를 줄였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7년부터 2년여 동안 지속된 ‘반도체 슈퍼 사이클’에 맞춰 반도체 생산량을 늘렸지만 이후 공급과잉으로 반도체 가격이 하락하자 공정전환 등으로 생산 물량을 조절 중이다. 코로나19로 반도체 생산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로 일부 클라우드 업체가 반도체 재고를 늘린 것과 언택트 수요 확산 등도 삼성전자 반도체 재고 감소에 일조했다.
D램 등 완제품 재고는 줄이고 웨이퍼 재고는 늘리고 |
스마트폰과 통신기기 등을 담당하는 IM 부문은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으며 지난해 4·4분기 6조8,862억원에서 올 1·4분기 8조5,869억원으로 재고가 급증했다. 각국이 코로나19에 따른 인력이동 제한 및 투자여력 감소로 5G망 구축 시기를 늦춘 것 또한 IM 부문의 재고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TV, 냉장고, 에어컨 등을 생산하는 소비자가전(CE) 부문 재고 또한 지난해 4·4분기 5조6,080억원에서 올 1·4분기 6조675억원으로 늘었다. 코로나 19로 미국 최대 가전판매 매장 ‘베스트 바이’가 문을 닫은데다 경기 침체에 따라 각종 제품 수요도 줄어든 탓이다. 올코로나19 확산세가 올 2·4분기 재무제표에 본격 반영되는 만큼 반도체 부문 재고 감소와 IM·CE 부문 재고 증가 추이는 계속될 전망이다.
미중 무역분쟁에 재고 관리 어려움 가중 |
화웨이 제재가 IM 사업부에게 만큼은 호재가 될 수 있다. TSMC 파운드리를 이용하지 못하는 화웨이가 향후 고성능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가 탑재된 하이엔드 스마트폰을 내놓지 못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유럽과 남미 등 일부 시장에서 삼성전자 스마트폰 점유율이 올라 갈 전망이다. 반면 CE 사업부는 도쿄 올림픽 연기 등 각종 악재와 글로벌 생산라인 일부 셧다운 등으로 올해에는 실적 반등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