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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안 좋은데도 불타오른 코스피…단기조정 오나

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전 거래일보다 59.81p(2.87%) 오른 2,147.00을 나타내고 있다./성형주기자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전 거래일보다 59.81p(2.87%) 오른 2,147.00을 나타내고 있다./성형주기자



유동성의 힘…코스피 2,100 돌파
코스피지수가 2,100선을 넘어섰다. 경기불안과 기업실적 악화, 미중 갈등 등 시장의 잠재적 불안요소는 여전하지만 시중에 풀린 막대한 유동성이 증시를 가파르게 밀어 올리고 있다. 3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2.87%(59.81포인트) 오른 2,147로 장을 마쳤다. 코스피지수가 2,100선 위로 올라선 것은 지난 2월25일(2,103) 이후 99일 만이다.

증시의 기초체력은 나아지지 않았지만 코로나19 확산 이후 풀어놓은 시중 자금이 대거 증시로 몰리면서 지수를 밀어 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3월 말 기준 국내 협의통화량은 1,007조원으로 전달보다 22조원 이상 늘어난 가운데 증시 대기자금도 크게 증가했다. 투자자예탁금은 43조원대를 유지하고 있고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액도 55조원까지 늘었다. 개인이 주식투자를 위해 빌린 자금인 신용융자잔액도 11조원에 달하는 등 100조원 이상이 증시 주변을 맴돌고 있다.


더구나 한때 선물 가격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기도 했던 국제유가도 최근 배럴당 36달러까지 오르자 시중 유동성은 실물경제 회복에 ‘베팅’하는 모양새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유동성에 대한 의존도가 강해지고 경제활동 재개에 대한 기대감, 금리 인하, 한국형 뉴딜 등 시장에 상승을 뒷받침할 만한 재료도 많은 상황”이라며 “최근 증시는 유동성 랠리를 만끽하기에 최적의 조건이 갖춰져 있다”고 설명했다.

온갖 악재 삼킨 '돈의 회오리'
코스피지수가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으로 회복된 것은 외국인투자가들의 자금이 유입되고 기관까지 매수세에 가담한데다 반도체·자동차 등 그동안 소외됐던 대형 우량주에 이들 자금이 몰렸기 때문이다. ‘유동성 랠리’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하지만 국내 증시의 밸류에이션 부담이 10년 만에 최고치로 급등하고 코로나19의 재확산과 미중 갈등 등 불확실성이 여전한 만큼 단기 조정 가능성이 상당하다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이날 지수 상승은 외국인과 기관의 힘이 컸다. 기관은 1조1,574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올 들어 최대 규모이자 지난 2016년 1월28일(1조6,440억원) 이후 최대치다. 반면 코로나19발 급락장 이후 꾸준히 자금을 투입해온 개인들은 1조3,266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차익실현에 나섰다. 개인의 이날 순매도 금액은 2012년 9월14일(1조4,510억원) 이후 최대치다. 기관이 개인들의 차익실현 매물을 받아주는 가운데 외국인들이 국내 증시로 돌아오면서 상승폭을 키워 코스피는 이날 장중 3% 넘게 치솟기도 했다. 외국인들의 순매수 규모는 2,000억원 정도에 불과했지만 시장에 주는 파급력은 적지 않았다.


특히 외국인들이 지금까지 줄기차게 팔기만 했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현대차·포스코 등 대형 우량주를 사들이기 시작하면서 국내 증시의 가려운 곳을 긁어줬다. 삼성전자는 이날 외국인의 매수세에 힘입어 6.03%나 급등한 5만4,500원까지 올랐다. 3월 극심한 변동성 장세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세다. SK하이닉스(6.48%), 현대차(5.85%) 등 국내 증시를 대표하는 대형주들도 초강세를 보였다. 대형 우량주 중심의 코스피50지수는 이날 3.58% 오르면서 코스피지수 상승률을 훨씬 웃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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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대형주를 비롯해 소외된 자동차·반도체가 오른 것이 특징”이라며 “기관과 외국인이 개인들이 올려놓은 종목보다는 반도체·구경제 등 빠진 곳에 들어왔기 때문에 강한 상승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코스피지수가 예상을 뛰어넘은 상승폭을 기록하면서 국내 증시에서는 코스피 ‘고평가’ 우려도 커지고 있다.

기업실적 살아나야 '해피엔딩'
실제로 코스피지수의 주가수익비율(PER)은 10년 만에 20배를 넘어섰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일 기준 코스피지수 PER은 20.18배를 기록해 2010년 4월28일(24.44배)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랐다. PER은 주가가 해당 기업 주식 한 주당 수익의 몇 배가 되는가를 나타내는 지표로, 비율이 높을수록 고평가돼 있다고 본다. 실제로 코스피의 상승 속도는 국내 증권사들의 예상을 훌쩍 벗어난 상황이다. 국내 증권사들은 지난달 말 6월 증시를 전망하면서 이달 코스피지수의 밴드 상단을 대부분 2,100선 이하로 내다봤다. 하지만 이미 코스피지수는 가장 긍정적으로 전망을 한 KB증권의 예상치(2,130선)도 뛰어넘었다.

0415A03 코스피 PER 추이


물론 기업 이익 전망이 좋을 경우 고평가에 대한 부담은 덜하다. 하지만 문제는 기업 실적 전망이 앞으로 더 낮아질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주가만 뛰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는 유동성이 뒤를 받쳐줬지만 이익 전망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추세적 상승은 어렵다.

유가증권시장에 대한 고평가 우려는 증권 전문가 대부분이 인정하고 있다. 이로 인한 단기 조정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3월과 같은 급락장이 재연될 가능성은 낮다고 입을 모은다. 다만 단기 조정될 가능성이 있고 코로나19와 관련된 불확실성이 여전한 만큼 보수적인 관점에서 시장에 접근할 것을 조언하고 있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유동성이 강세장을 만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기본을 벗어나서 시장이 움직이지는 않는다”며 “2차 충격이 온다고 하더라도 깊이는 덜하고 대신 조정시간은 길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성호·이승배·심우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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