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이제 4곳뿐"…중국산에 밀린 국산 전분업체의 눈물

中 저가 공세·환경 규제 겹쳐

재고 부담에 영세업체 줄도산

그나마 4곳중 1곳은 올 못넘겨

"정부서 국산 전분 구매 늘려야"

한 전분공장 내부 모습. / 사진제공=전분공업협동조합한 전분공장 내부 모습. / 사진제공=전분공업협동조합



“전국에 4곳 밖에 남지 않았는데 올해를 넘길 수 있을 지 장담하기도 어려운 상황입니다.”(한국전분공업협동조합 관계자)

고구마와 감자로 전분을 생산하는 국산 전분 생산 업체들이 벼랑에 몰렸다.


4일 전분공업협동조합에 따르면 국산 전분 생산 업체는 전국적으로 4곳만 남았다. 1990년만 해도 100여개 업체가 성업을 했는데 중국산 저가 전분에 밀려나면서 이제는 명맥유지도 어려운 상황이다. 전분공업협동조합 관계자는 “남아 있는 4개 업체 중에도 1~2곳의 경영 상황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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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와 감자를 갈고 남은 찌꺼기인 전분박을 청소차에 싣고 있다. 업체는 이런 전분박 처리 비용을 연간 약 1억원 부담하고 있다. /사진제공=전분공업협동조합고구마와 감자를 갈고 남은 찌꺼기인 전분박을 청소차에 싣고 있다. 업체는 이런 전분박 처리 비용을 연간 약 1억원 부담하고 있다. /사진제공=전분공업협동조합


중국과 유럽산 저가 전분이 계속 유입되면서 가격 경쟁에 밀리다 보니 국산 전분 업체들은 계속해서 폐업하거나 중국이나 동남아 등으로 싼 인건비를 찾아 해외로 떠나고 있다. 국산 고구마 전분은 1kg당 3,850원선인데 반해 수입산은 절반도 안되는 1,200원에 불과하다. 국산 감자 전분 역시 Kg당 3,000원이지만 수입산은 1,000원 수준이다. 이렇다 보니 라면이나 당면 등 전분이 사용되는 대부분 식제품에는 수입산이 쓰이고 있다. 국산 전분을 만들어도 팔리지 않으니 재고가 쌓여 결국 폐업해야 하는 상황이다. 실제 2018년 4개 업체가 2,856톤의 전분을 생산했지만 판매된 것은 2,787톤 밖에 안된다. 70여톤을 재고로 떠안은 셈이다. 작년 재고분은 933톤으로 기하급수적으로 커졌다. 작년 말 문을 닫은 제주지역 한 업체도 재고 부담을 이기지 못해 폐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전분을 만드는 과정에서 나오는 폐수 등에 대한 환경규제 부담도 커지고 있어 이중고다. 전분을 빼내고 남은 감자나 고구마 찌꺼기인 전분박은 과거에는 사료로 쓸 수 있었지만, 현재는 폐기물로 분류돼 연간 1억원 이상의 처리비용을 내야 한다.

한 전분생산 공장에 전분을 만들기 위한 원료인 고구마를 담은 포대들이 놓여 있다. /사진제공=전분공업협동조합한 전분생산 공장에 전분을 만들기 위한 원료인 고구마를 담은 포대들이 놓여 있다. /사진제공=전분공업협동조합


국산 전분업체들이 급감하면서 고구마, 감자 생산농가도 피해를 입고 있다. 2015년부터 2018년까지 매년 고구마는 전체 생산량의 약 5%, 감자는 전체 생산량의 약 2%가 전분용으로 수매됐다. 하지만 전분 업체들이 감소하면서 고구마, 감자 생산 농가도 직간접 타격을 받고 있다. 협동조합 관계자는 “상품성이 떨어지는 고구마와 감자 등을 국산 전분업체이 사서 가공을 해 왔지만 전분 업체가 감소하면서 이 같은 수익기대도 점점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전분 업체들은 국방부 등이 장병용 식제품 구입때 국내산 전분 구매를 늘려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국방부는 연간 350톤의 수입산 전분을 쓰는데 이를 국내산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코로나19로 수입산 전분 가격이 급등락할 수 있어 단계적으로 국산 전분 구매를 늘릴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협동조합 관계자는 “국방부 등은 한정된 예산 때문에 비싼 국산 전분 구매를 꺼리고 있지만, 코로나19 이후 전세계 식량 유통망에 대한 위기감이 커지는 만큼 안보 차원에서도 국산 전분 구매 확대 등으로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양종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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