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2,100선을 훌쩍 넘어서는 유동성 랠리를 펼치면서 ‘코로나 패닉장’ 당시 주주가치 제고를 앞세워 자사주 매입 행렬에 적극 동참했던 국내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다. 최근 증시가 급등하면서 지난 시기 주가 급락으로 인한 기존 주식가치 만회, 지분 확보는 물론이고 주주들을 향한 책임경영 신뢰 제고까지 ‘1석3조’ 효과를 냈다는 평가다.
정의선 현대차(005380) 부회장, 평가이익 500억 근접 '초대박' |
국내 주요 기업 총수나 경영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으로 촉발된 폭락장에서 기업 펀더멘털에 대한 자신감을 시장에 피력하고 주주와 시장을 안정화시킬 목적으로 자사주를 집중 매입했다. 이들의 매수 시점이 코스피지수가 1,400선까지 떨어지는 등 저점을 다진 3월께에 몰려 있어 최근 반등장에서 상당한 수익을 내고 있다.
현재까지 독보적인 평가차익을 내보이는 기업 오너로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꼽힌다. 정 부회장은 4일 기준으로 475억원 안팎의 평가차익을 올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에 따르면 정 부회장은 지난 3월23일부터 27일(결제일 기준)까지 5거래일 동안 현대차 58만1,333주, 현대모비스(012330) 30만3,759주를 장내매수했다. 주식 매입금액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각각 406억원, 411억원으로 총 817억원 규모다. 이 시기는 해외 현지공장 셧다운 돌입과 미국·유럽까지 덮친 코로나19로 인한 실적 우려 확대로 현대차 주가가 속절없이 추락하던 시점이었다. 연초 11만8,000원을 기록했던 현대차 주가가 3월20일 장중 6만5,000원까지 무너져 근 10년간 최저점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장의 불확실성이 극에 달했을 때 단행한 정 부회장의 통 큰 베팅은 현재 평가차익만 500억원에 육박하는 ‘대박’ 기회로 돌아왔다. 미국 등 주요국이 경제활동 재개 신호탄을 쏘면서 자동차 등 구경제 산업에 이목이 다시 쏠리고 순환매 장세까지 맞물리면서 현대차 주가가 이달 들어 크게 반등했다. 이날 정 부회장의 주식가치는 1,291억원 수준으로 늘어나 475억원의 평가이익(수익률 58%)을 올렸다.
김남구·신동빈 회장 수익률 70% 훌쩍 |
70%가 넘는 수익률로 초대박을 친 총수도 있다. 김남구 한국금융지주(071050) 회장이 주인공이다. 김 회장은 자사의 주가가 장중 52주 신저가를 기록한 3월23일부터 이틀에 걸쳐 자사주 86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이날 김 회장 주식가치는 146억원으로 대폭 뛰어 70%가 넘는 수익률(평가이익 60억원)을 거둔 상황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3월 매입한 10억원가량의 롯데지주(004990) 주식에서 71% 수익률(평가이익 7억원)을 나타내고 있다.
손태승 회장도 이익구간으로 점프 |
특히 소외주가 반등하는 최근 순환매 장세에서 함박웃음을 지은 CEO도 있다. 올 3월과 4월 자사주 1만주를 매입한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은 지난달 27일까지만 해도 손실구간에 머물렀다. 은행주들이 유독 극심한 저평가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5월 말께부터 은행 업종이 일제히 뛰어오르며 손 회장도 이익구간에 진입했다. 이날 손 회장의 평가이익은 1,400만원(수익률 17%)이다. 지난 급락장에서 여러 차례에 거쳐 자사주를 매입한 양홍석 대신증권 사장도 7억6,000만원(수익률 19%)의 평가차익을 거둔 상황이다.
수익, 책임경영, 지분확보 "1타3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