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거리두기 땐 일상 책임진 쿠팡맨... "바이러스 택배 취급에 힘빠져요"

3중고와 싸우는 택배기사들

물류센터 집단감염후 따가운 눈총

마스크 쓴채 무더위에 땀범벅도

배송업무 특성상 감염공포 크지만

주문량 줄며 수입 감소할까 걱정

서울 중구 명동 거리에서 택배 노동자가 배송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서울 중구 명동 거리에서 택배 노동자가 배송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주민분들이 아무도 같이 안 타더라고요. 잠시 생각하다 저 때문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내렸죠.”

경기 김포시에 사는 조모(40)씨는 올해로 2년째 쿠팡의 배송 업무를 맡는 ‘쿠팡맨’으로 일하고 있다. 배송 업무를 즐기던 조씨는 얼마 전부터 하루도 마음 편한 날이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달 쿠팡 물류센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대거 발생하면서 쿠팡맨을 바라보는 시선이 따가워졌기 때문이다. 조씨는 “그동안 신속한 배송으로 시민들에게 편의를 제공한다는 자부심으로 즐겁게 일해왔다”며 “하지만 요즘 택배를 전달하면 마치 더러운 ‘음식물쓰레기’를 건네받는 듯한 시선으로 볼 때가 있어 씁쓸하다”고 토로했다.

물류센터발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 이후 택배기사들이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매일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과 접촉해야 하는 업무 특성상 감염 공포는 물론 바이러스 취급하는 주변의 따가운 눈총까지 견디며 일해야 하는 상황이다. 마스크 쓴 채 택배를 옮겨야 하는 기사들에게 갈수록 무더워지는 날씨는 또 다른 복병이 되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택배기사들은 물류센터에서 확진자가 대거 발생한 후 싸늘해진 주위의 시선이 가장 힘들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조씨는 “동네에서 제가 쿠팡맨이라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는 말도 들었다”며 “쿠팡 배송기사들 가운데는 확진자가 없는데도 물류센터 집단감염 사태 이후 쿠팡맨을 모두 잠재적 확진자로 의심하니 답답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코로나19가 국내에서 발생한 후 7,000여명의 쿠팡 배송기사들 중 확진자는 아직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비단 쿠팡맨만의 문제는 아니다. 4년째 CJ대한통운 택배기사로 일하고 있는 박모(45)씨는 “아파트 입구에 ‘배달원 출입금지’가 적혀 있는 것을 보면 힘이 빠지는 건 어쩔 수 없다”며 “새벽5시부터 집에서 나오는데 기운 없이 하루를 시작하는 날이 많다”고 전했다.

관련기사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서울 송파구 마켓컬리 물류센터에서 방역 업체 관계자들이 긴급 방역을 하고 있다./연합뉴스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서울 송파구 마켓컬리 물류센터에서 방역 업체 관계자들이 긴급 방역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코로나19의 지역사회 감염이 다시 확산하는 가운데 점차 무더워지는 날씨도 택배기사들을 힘들게 하는 복병이다. 가뜩이나 마스크를 쓴 채 배송을 하다 보면 금세 땀범벅이 되는데 기온까지 올라가면서 체력적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로젠택배에서 8년째 근무 중인 채모(40)씨는 “배송일 자체가 땀을 많이 흘리는 직업”이라며 “코로나19 이후 마스크를 쓴 채 계단을 오르내리고 있는데 날씨까지 더워지니 체력적으로도 너무 힘들다”고 푸념했다.

택배기사들은 혹시 모를 감염 공포와 함께 주문량이 줄어들면 수입 감소도 우려해야 하는 처지다. 채씨는 “제가 배송물품을 받는 물류센터도 부천과 가까워 걱정된다”며 “택배를 통한 국내 감염 사례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전파력이 강하다고 하니 불안감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감염 우려로 혹시 주문량이 줄어들게 되면 배송기사 안전에 대한 투자도 줄어드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고 호소했다. 쿠팡맨 조씨는 “과거 아파트 한 개 동에서 평균 3개 이상을 시켰다면 지금은 1~2개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며 “물량이 30% 정도 감소한 것 같다”고 전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배송기사들에 대한 격려를 호소하는 쿠팡맨의 글도 올라왔다. 지난 1일 자신을 쿠팡맨이라고 소개한 한 작성자는 “불과 며칠 만에 싸늘하게 바뀐 시선에 죄인이 돼버린 듯한 기분”이라며 “고객에게 가장 안전하게 상품을 배송하기 위해 노력해온 만큼 응원과 격려, 질책을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한민구·심기문기자 1min9@sedaily.com

한민구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관련 태그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