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가 있어 스스로 투표용지에 표를 찍을 수 없는 장애인은 투표할 때 가족이 없으면 활동보조인 2명을 동반해야 한다는 공직선거법 규정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합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A씨가 공직선거법 157조6항의 장애인 투표 시 보조인 동반을 다룬 규정을 두고 낸 헌법소원심판에서 재판관 6대3(헌법불합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고 7일 밝혔다. 공직선거법 157조6항은 시각·신체장애로 스스로 기표가 불가능한 유권자는 가족 혹은 본인이 지명한 2명의 투표보조인을 동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A씨는 지난 2017년 5월 대통령선거 당시 인천 계양구의 한 투표소에서 가족이 아닌 활동보조인 1명만 데리고 투표소에 들어가려다 선거법 규정을 이유로 제지 당했다. 이에 선거권과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평등권을 침해 당했다며 같은 해 8월 헌법소원을 냈다.
하지만 선거법 조항이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게 헌재의 판단이었다. 헌재는 사생활의 비밀이 침해된다는 주장에 대해 “투표보조인을 두는 조항 때문에 불가피하게 투표의 비밀을 유지할 수 없지만, 처벌규정을 통해 비밀유지 의무를 준수토록 강제하고 있다”며 “보조인을 서로 견제할 수 있는 최소 인원인 2명으로 정한 것도 이 같은 취지”라고 밝혔다. 장애인 시설 관계자처럼 투표 당사자에게 충분히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이 투표보조인으로서 1명만 참여하면 대리투표 같은 부정선거 문제가 발생할 수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헌재도 신체 장애인이 가족 아닌 보조인 2명을 동반해 투표하는 건 부담이 될 수 있음을 인정했다. 다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실무적으로 장애인이 투표보조인을 동반하지 않았을 땐 참관인 입회 하에 선거사무원 1~2명을 보조인으로 정해 투표를 보조할 수 있도록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헌법불합치 의견을 낸 이선애·이석태·문형배 재판관은 이 규정이 “선거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신뢰관계가 없는 낯선 제3자에게까지 내밀한 정치적 의사를 공개하도록 한다”고 주장했다. 해당 조항을 일반인이 장애인에게 시혜를 베푼다는 관점에서 만들어 강제적으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투표방법을 다르게 만들었다는 게 세 재판관의 주장이다. 이들은 장애인도 보조인의 도움 없이 스스로 투표할 수 있도록 선거용 보조기구나 새로운 기술을 이용한 기표방법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