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뉴세문경’은 청동거울 뒷면에 촘촘한 가는 선으로 구성된 문양을 가지고 있는, 고고학적으로 중요한 유물 중 하나이다. 문양이 너무 정교해서 대체 어떻게 만든 것인지 감탄을 자아낸다. 주로 초기 철기시대나 원삼국시대 유적에서 종종 출토되는 이 거울에는 어떤 과학이 숨어 있을까.
충남 논산시 원북리 초기 철기시대 토광묘에서는 여러 종류의 청동유물이 출토됐다. 그중 직경 8.5㎝ 크기의 다뉴세문경에서 시편을 채취해 미세조직을 분석한 적이 있다. 청동은 보통 구리와 주석·납의 3원소로 구성된다. 구리를 주성분으로 해서 납과 주석을 적절한 비율로 합금해 청동을 제작한다. 구리는 부드러우나 실용성이 낮기 때문에 주석을 첨가하면 강도가 높아지고 함량에 따라 색상에도 변화가 생긴다. 주석 함량이 높을수록 백색에 가까워지며 100% 주석은 은과 같은 백색을 가진다. 다만 강도는 높아지나 충격에 약해 깨지기 쉽다.
다뉴세문경을 분석한 결과 약 30%의 주석에 소량의 납을 첨가한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정도면 두드려서 형태를 만들거나 담금질과 같은 가공은 못하고 주조로만 제작하게 된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주석 함량이 많은 것일까. 주석함량이 높을수록 백색에 가까워진다는 점에서 거울로 사용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용도에 적합하도록 제작한 것은 아닐까. 지금은 부식돼 본래의 색상을 잃어버렸지만 제작 당시는 은백색을 띠어 사물이 잘 비쳐보였을 것이다.
비슷한 시기의 다른 유적에서 출토된 청동거울에서도 유사한 분석결과가 발표된 것을 보면 당시 장인들은 청동거울을 제작하는 데도 나름 용도에 맞도록 ‘다 계획이 있었나’ 보다.
/유재은 국립강화문화재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