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경기 악화에 고전 중인 레미콘업계가 이번에는 과도한 운반비 인상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최근 관련 협상을 끝난 지역 레미콘 업체 모임인 부산·경남레미콘산업발전협의회가 민주노총의 강한 압박에 20% 가까운 운반비 인상에 합의했기 때문이다. 유진·아주·쌍용·삼표 등 대형사가 몰려 있는 수도권 레미콘 업계는 이번 합의가 관련 협상의 기준점이 될 수 있어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특히 민노총이 아직 회원으로 끌어들이지 못한 수도권 지입 차주에 대한 회유·포섭 움직임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레미콘 업체들이 부산·경남 지역 운반비 협상 결과 분석에 들어갔다. 부산·경남은 개인사업자 신분인 레미콘 지입차주들이 지난해 민노총에 대거 가입하면서 시끄러웠던 지역이다. 올해 운반비 협상은 기업 연합체인 부산·경남레미콘산업발전협의회와 민주노총부산건설기계지부 간 첫 협상이라 더 관심을 끌었다. 협상 결과는 민노총의 압승이란 평가가 나온다. 1회 운반비 4만2,000원에서 5만원으로 19% 인상에다, 레미콘 업체가 지입차주 복지 명목으로 민노총에 월 20만∼50만원을 내도록 했다.
수도권을 비롯해 조만간 협상에 나서야 하는 업체들은 이번 결과에 한숨부터 내쉬고 있다.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너무 한 게 아니냐”는 반응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대형사는 마른 수건 쥐어짜기, 중소형사는 공공물량으로 버티기에 돌입한 판에 운송비를 20%나 올리는 게 가당키나 한가”라며 “(엄연한 개인사업자인) 지입차주 복지 명목으로 (민노총에) 돈까지 내라는 조항에는 아연실색할 뿐”이라고 꼬집었다. 다른 관계자는 “수도권의 경우는 업체와 전국레미콘운송연합회(전운연)가 협상을 하는 만큼 부산·경남과는 다를 것”이라면서도 “20%가 일종의 기준점처럼 작용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사실 기업들이 더 걱정하는 것은 민노총이 이번 합의안을 계기로 수도권에서 본격적인 세력 확장에 나서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지입차주들이 민노총에 가입하면 협상력에서 더 낫다는 식으로 나올 수 있다는 것. 업계의 한 임원은 “운반비 인상률이 높은 것도 신경 쓰이지만, 지입차주를 놓고 민노총과 전운연 간 헤게모니 싸움이 노골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른 임원은 “상대적으로 고소득 개인사업자인데다, 정부 규제로 진입 장벽도 높아 안정적인 레미콘 지입차주들이 노총에 가입하는 것 자체가 어처구니없는 일”이라며 “기름값이 많이 떨어졌고 경기도 안 좋은 상황에서 무리한 요구는 수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