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기고] 생존 급한 대한항공, 공원 외치는 서울시

이청수 지방자치발전연구원장 (전 연세대 행정대학원 교수)

市, 송현동 부지 보상비 분할 지급

자금난 겪는 대한항공 수용 어려워

역사·문화적 가치 큰 부지로 평가

다른 용도로 활용 방안도 검토를

이청수 원장이청수 원장



지난 4월27일 서울특별시의회 제293회 임시회 도시계획관리위원회 제4차 회의에서 서울특별시 공공개발기획단이 주요 업무보고를 했다. 보고 중에는 서울시가 종로구 송현동에 소재한 대한항공 소유 부지(3만7,141.6㎡)를 매입해 공원화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이미 3월20일 대한항공에 부지 매입 및 공원 결정 의사를 통보한 상태였다. 이달 4일에는 도시관리계획 결정안 열람공고도 실시했다.

2월 대한항공 이사회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송현동 부지를 매각하기로 의결했다.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경영상황이 악화하면서 추진된 자구노력의 일환이었다. 적정 가격에 매각될 수만 있다면 상당한 도움이 될 것임이 분명하다.


코로나19 사태로 생존의 기로에 선 기업들은 대한항공뿐이 아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산업재편 과정에서 새로운 기회를 포착할 수 있도록 중앙정부와 서울시 같은 지방자치단체가 도움을 주는 게 마땅하다.

하지만 서울시는 5일 송현동 부지 보상비로 4,671억3,000만원을 책정하고 오는 2022년까지 나눠 지급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대한항공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이다. 심각한 자금난을 타개하기 위해 당장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대한항공에 내년에 일부(467억1,300만원)를, 그다음 해에 가서야 나머지 대금을 받는 계약은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다.


서울시의 한시기구인 공공개발기획단이 계획대로 예산을 확보할지도 미지수다. 송현동 부지 매입은 거미줄처럼 얽힌 행정의 실타래를 풀어야만 가능하다. 실제로 집행기관인 서울시에서는 공공개발기획단·푸른도시국·재무국·기획조정실이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고 서울시의회 쪽에서는 도시계획관리위원회·환경수자원위원회·행정자치위원회 등 3개 위원회를 거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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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예산 확보를 위해서는 먼저 공유재산관리계획에 반영해 서울시의회의 의결을 받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재무국이 공유재산관리계획안을 작성해 서울시 행정자치위원회의 심사를 거치고 최종적으로 본회의의 의결이 필요하다. 반면 서울시의 공원녹지 업무는 푸른도시국 소관이다. 공원 관련 예산 심사는 서울시의회 환경수자원위원회 소관이다. 서울시가 송현동 부지의 공원화 계획을 위해 매입하려 해도 제시한 일정대로 진행될지 의구심이 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문제는 대한항공이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유동성 위기를 넘기려면 하루 빨리 해당 부지를 매각해 자금을 확보해야 한다는 점이다. 채권단도 2조원 규모의 자본확충을 독촉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세계 항공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잡기 위해 노력하는 대한항공의 사유재산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서울시의회 업무보고 후 이뤄진 질의·답변에서 도시계획관리위원회의 한 위원은 “장기 미집행 도시공원도 보상하지 못하고 있는 마당에 뒤에 산도 있고 인왕산도 인접한 부지에 굳이 공원이 필요할까”라고 물었다. 공간적 측면에서 송현동 부지를 공원이 아닌 다른 용도로 활용하는 방안을 찾기 위한 공론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서울시의 평가대로 역사적·문화적 가치가 큰 부지라면 허용 가능한 용도 내에서 우리나라를 상징하고 대표할 수 있는 역사·문화적 가치가 있는 다른 공간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검토돼야 한다.

공원 조성을 위한 도시계획관리안은 아직 서울시가 진행하는 하나의 안에 불과하다. 최종적으로 확정되지 않은 안을 서둘러 발표해 민간기업의 자유로운 거래를 어렵게 해서는 안 된다. 또 매입한다 해도 정당한 입찰과정을 거쳐 합리적인 가격을 치르는 것이 바람직하다.

외부기자 이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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