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제정을 강행하면서 홍콩 내 전문직 종사자 등이 외국으로 이민을 떠나는 ‘인재 유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7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지난해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로 홍역을 치른 홍콩 사회가 최근 홍콩보안법 제정이라는 정치적 소용돌이에 다시 휩싸이면서 불안감을 느낀 전문직 종사자 등의 이민 행렬이 잇따르고 있다. 임상 간호사로 일하는 조 리는 “지난해 호주 정부에 전문직 비자를 신청했는데, 최근 그 절차를 서두르고 있다”며 “더는 홍콩 사회가 내 가족이 살기에 안전한 곳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홍콩의 투자가이자 언론인인 데이비드 웹은 “지금 홍콩에서 인재 유출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며 “중국이 홍콩에 대한 통제를 강화할수록 인재 유출은 더 심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홍콩보안법은 외국 세력의 홍콩 내정 개입과 국가 분열, 국가 정권 전복, 테러리즘 행위 등을 금지·처벌하고, 홍콩 내에 이를 집행할 기관을 설치하는 내용을 담았다. 주홍콩 미국 상공회의소의 타라 조지프 사장은 “애매모호한 내용으로 가득 찬 홍콩보안법은 인재를 홍콩으로 유치하는 것을 힘들게 만들 것”이라며 “외국의 개입을 막고자 한다는 이 법의 내용에 대해 홍콩에 사는 외국인들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헤드헌팅 업체들은 전문직 등이 홍콩을 떠나고자 하는 추세가 중국의 명절인 춘제 이후 가속하고 있다고 전했다. 채용 컨설턴트인 마크 프란시스는 “싱가포르가 이민 희망자의 우선 고려 지역이며, 미국, 호주 등이 그 뒤를 잇고 있다”며 “단기적으로 대규모 인재 유출이 일어나지는 않겠지만, 그 추세는 갈수록 뚜렷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국제 이사서비스업체의 임원인 피야 나랑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이민 행렬이 잠시 주춤해졌지만, 코로나19가 통제되면 우리는 다시 바쁜 나날을 보내게 될 것”이라며 “영국, 미국, 호주, 싱가포르 등이 이민 선호 지역”이라고 전했다.
더구나 지난해부터 이어진 송환법 반대 시위 등의 영향으로 전문직 등을 원하는 홍콩 내 일자리도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채용정보 사이트 ‘잡스DB 홍콩’의 자료에 따르면 올해 1∼5월 홍콩 내 구인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7% 급감했다. 홍콩에 근거지를 둔 헤지펀드나 투자회사 사이에서도 최근에는 싱가포르 등에 법인을 설립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져가고 있다. SCMP는 “홍콩보안법에 맞서 미국이 홍콩의 경제·통상 부문 특별지위를 박탈할 경우 ‘글로벌 금융 허브’로서 홍콩의 위상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고, 이는 인재 유출을 가속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