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1순위 청약접수를 받는 서울 서초구 잠원동 ‘르엘 신반포 파크애비뉴’. 최대 10억 원 가량의 시세차익이 예상되면서 청약시장의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이 단지는 3.3㎡당 일반분양가가 4,849만 원으로 전용면적 84㎡의 분양가가 14억 8,000만~17억 2,100만 원이다. 단지 규모 등은 차이가 있지만 지난해 11월 분양한 잠원동 반포우성 재건축 아파트 ‘르엘 신반포 센트럴’의 3.3㎡당 분양가 4,891만원 보다 다소 저렴하다.
파크애비뉴의 경우 주변 시세와 비교하면 말 그대로 로또다. 신동중학교를 사이에 두고 마주한 입주 5년 차 아파트 ‘래미안신반포팰리스’ 동일 평형은 지난 4월 15일 27층이 22억 7,000만 원에 거래됐다. 최근에는 강남권 거래 증가와 급매물 소진 등으로 호가가 더욱 올라 25억 원 선을 유지하고 있다. 단순 비교하면 최소 5억 원, 많으면 10억 원 가까운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셈이다.
◇ 아파트값보다 10%포인트 덜 오른 분양가=서울 아파트 공급이 새로 나올 때마다 ‘로또 분양’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현 정부 들어 꾸준히 우상향한 서울 아파트값과 집값을 잡으려는 정부의 규제책이 맞물리면서 시세보다 분양가가 지나치게 저렴한 현상이 고착화 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분양한 서울 아파트는 거의 대부분 입지와 상관없이 주변 시세보다 크게 저렴한 ‘로또’화 되면서 높은 경쟁률과 청약 가점 기록을 보이고 있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현 정부 들어 서울 아파트 분양가는 아파트값 상승률에 미치지 못하는 중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당 평균 분양가격’을 3.3㎡로 전환해 살펴보자. 서울 평균 분양가는 2016년 4월 2,059만 5,000원에서 올해 4월 2,636만 7,000원으로 28%(577만 2,000원) 올랐다. 반면 한국감정원의 아파트 매매 중위가격은 같은 기간 1,949만 9,000원에서 2,704만 원으로 38.7%(754만 1,000원) 상승했다.
분양가 상승 폭이 아파트값 상승 폭에 미치지 못하다 보니 해가 갈수록 분양가-아파트값 격차는 벌어지는 것이다. 청약 당첨을 받은 사람은 당장 아파트를 팔아도 주변 시세 대비 수 억 원대 차익을 얻게 되는 구조다. 반면 기존 조합원들은 상대적으로 손실을 입게 된다며 불만이 커지고 있다.
특히 서울 강남권의 경우 일부 단지가 3.3㎡당 매매가 1억 원에 육박하는 곳들이 속속 나오는 와중에 신규 분양 단지들은 ‘중심 입지·신축’이라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5,000만 원 미만으로 분양가가 책정되면서 반값 수준에 그치고 있다. 강남 분양가 추이를 보면 수년 간 4,800~4,900만 원대로 굳혀지고 있다.
◇줄줄이 쏟아지는 ‘로또’ 단지=‘르엘 신반포 파크애비뉴’를 비롯해 올해 청약에 나선 서울 주요 단지들은 대부분 ‘로또’ 평가를 받으며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인근에서 3월 분양한 서울 서초구 잠원동 ‘르엘 신반포’는 평균 124.7대 1의 경쟁률로 1순위 완판에 성공했다. 3.3㎡당 분양가가 4,849만원 수준에 공급했다. 서울에서 1년 반 만에 ‘만점’ 청약통장이 등장한 서울 동작구 흑석동 ‘흑석리버파크자이’는 ‘5억 로또’로 불렸다. 전용 84㎡의 분양가가 9억 100만~10억 600만 원인데, 주변 신축인 ‘롯데캐슬에듀포레’의 같은 평형 실거래가가 15억8,000만원에 달한다.
거주요건 강화·청약 재당첨제한 기간 연장 등 강화된 규제에도 서울 강서구 화곡동 우장산숲 아이파크는 지난달 청약에서 평균 66.15대 1의 경쟁률로 마감했다. 10년 간 재당첨 금지 등 강화된 규제에도 불구하고 주변 신축 시세 대비 2억원 가량 저렴한 분양가 때문이다. 이밖에 양천구 신정동 ‘호반써밋목동’, 강서구 마곡동 ‘엠밸리 9단지’ 등 나오는 단지마다 호황을 누렸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반 소비자들은 기존 주택보다 아직 준공되지도 않은 ‘새 집’ 구하기에 혈안이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청약시장 과열이 당분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연초에 코로나19, 청약 이관, 총선 등의 이슈로 밀렸던 공급 물량이 상반기 중 쏟아지고 있다”며 “8월 민간 분양가 상한제, 전매제한 등 규제가 시작될 때까지 알짜 청약 물량이 러쉬를 이룰 것이고, 그때까지는 청약시장이 계속 뜨거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