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와 뉴질랜드의 인프라 펀드 인수 전에 한국 컨소시엄 2곳이 최종 후보에 올랐다. 각국 중앙·지방 정부가 25~30년씩 임차를 확약해 안정적 수익률이 기대되는 자산들이다. 다만 국내 컨소시엄 간 격돌을 두고 일각에서는 오버밸류 지적도 나온다.
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뉴질랜드에 본사를 두고 있는 대체투자 전문 운용사 모리슨은 보유 중인 PIP(Public Infrastructure Partners Fund) 1호 자산 매각 최종 인수후보로 NH투자증권(005940) 컨소시엄과 하나금융투자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최종 인수자는 이르면 이달 내 결정된다.
NH증권은 KDB한국인프라자산운용과 손을 잡고 참여했다. 경쟁상대인 하나금투는 한국교직원공제회·파인스트리자산운용과 협업하고 있다. 인수 금액은 최대 4억달러(약 4,818억원) 규모로 알려졌다.
PIP 1호 자산 매각은 연초에 결론이 날 예정이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딜 일정이 지연되면서 최근에서야 쇼트리스트 선정이 끝났다.
모리슨의 PIP 1호는 호주와 뉴질랜드 정부와의 민관합작투자(PPP) 자산으로 구성됐다. 중앙 및 지방 정부가 장기 임차한 자산들이다. 모리슨은 지난 2009년 해당 펀드를 조성했고 펀드 만기 등의 이유로 자산 매각에 나섰다.
PIP 1호에는 학생기숙사·교육시설·교도소 등이 포함돼 있다. 먼저 기숙사는 뉴질랜드 홉슨빌포인트스쿨(지분 100%), 울런공대 기숙사 지분(50%) 및 호주 울런공대 등이 포함돼 있다. 또 교육 시설에는 △뉴질랜드 NZ스쿨1·2(100%) △교도소로 뉴질랜드 오클랜드 교도소(100%) △헬스케어타운인 벤디고 헬스빌리지 직원 숙소(100%) △전시 시설인 호주 멜버른컨벤션&전시센터(49.9%) 등이 있다. 대부분의 자산이 중앙·지방 정부와 25~34년 가까이 임차 계약을 맺고 있어 안정적인 수익이 기대되는 자산이다. 홉슨빌스쿨 기숙사와 오클랜드 교도소는 임대 보장 기간이 아직 34년이나 남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외 대체투자는 안정적인 수익률이 최우선순위로 꼽히고 있다. 독일·영국· 프랑스 등 서유럽 사무용 오피스나 미국 호텔 자산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코로나19는 해외 대체투자 흐름에도 변화를 몰고 왔다. 해외 대체투자가 사실상 중단됐고 투자한 자산에 대한 원금 회수와 안정적 수익률이 최우선 포인트가 되면서 PPP 자산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빌딩은 재택근무 이슈로, 호텔은 이용객 감소로 미래를 예상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정부가 보증해 안정적 수익이 가능한 자산으로 자금이 몰리면서 가치도 높아지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국내 컨소시엄 2곳이 최종 후보에 이름을 올린 것을 두고 업계 일각에서는 지나치게 높은 가격으로 입찰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본입찰에서는 5곳 이상의 해외 경쟁사들이 참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대체투자 업계의 한 전문가는 “코로나19 상황이 개선된다면 충분히 가치가 높아질 자산들”이라며 “어느 컨소시엄이 최종 인수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강도원·김민석기자 theon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