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으로 촉발된 미국의 인종차별 반대시위가 경찰조직 개혁 요구로 확산하고 있다. 경찰의 가혹행위로 플로이드가 사망한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는 경찰이 해체될 위기에 처했으며 시민들의 강력한 개혁 요구에 뉴욕시는 경찰 예산을 삭감하겠다고 밝혔다.
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니애폴리스 시의원 9명은 이날 성명을 통해 현재의 시 경찰청을 해체하고 새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공언했다. 미니애폴리스는 지난달 25일 플로이드가 경찰의 무릎에 목이 짓눌려 사망한 곳이다. 미니애폴리스 시의원은 “경찰청을 해체하고 지역사회의 공공안전 모델을 재건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다. 리사 벤더 미니애폴리스 시의회 의장은 구체적인 방안은 아직 논의해보지 않았다면서도 “대다수 의원이 동의하고 있다”고 실현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했다.
미국에서는 플로이드의 사망 이후 경찰조직에 대한 문제의식이 확산하고 있다. CNN방송 등에 따르면 미국 경찰의 1년 예산은 1,000억달러(약 120조4,200억원)를 넘어선다. 뉴욕시 경찰 예산은 60억달러(약 7조2,000억원)로 웬만한 국가 예산 수준이다. 하지만 막대한 예산에 비해 경찰의 업무수행은 형편없다는 것이 시민들의 불만이다.
이에 플로이드의 사망으로 시작된 미국 시민들의 항의시위는 경찰개혁·예산삭감 요구로 번지는 모습이다. 최근 진행되고 있는 시위에서 ‘경찰 예산 집행을 중단하라(Defund Police)’가 새로운 슬로건으로 떠올랐다고 NYT는 전했다.
실제로 뉴욕시는 경찰 개혁에 대한 거센 요구로 경찰 예산 삭감을 약속했다.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이 제안한 내년 예산안 규모는 총 900억달러(약 108조4,400억원)로 이 중 뉴욕경찰 예산은 6%인 60억달러 규모다. 더블라지오 시장은 구체적인 삭감 규모를 언급하지 않았지만 경찰 예산 중 일부를 청년 서비스나 사회복지 등으로 돌리겠다고 밝혔다. 시민단체인 ‘BLM(Black Lives Matter·흑인 생명도 소중하다)’은 “최소 10억달러는 깎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경제가 마비된 상황에서 흑인 사망사건까지 겹치자 미국 시민들은 큰 혼란을 느끼고 있다. 7일 공개된 월스트리트저널(WSJ)과 NBC뉴스의 공동 여론조사에서 “미국이 잘 통제되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10명 중 8명이 ‘통제불능’이라고 답했다. ‘잘 통제되고 있다’는 15%에 그쳤으며 3%는 두 가지 측면을 모두 느낀다고 답했다. 특히 응답자의 54%는 코로나19가 억제되고 미국 경제가 정상화되기까지 1년 이상 걸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뉴욕시에서는 코로나19로 문을 닫았던 영업점들이 8일 재개장을 앞두고 있다.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보고된 지 100일 만이다. NYT는 뉴욕시의 경제정상화 1단계로 건설·제조·소매 등 분야에서 40만명의 노동자들이 일터로 복귀하며 상점들도 이날 문을 연다고 전했다. 지금까지 20만명 이상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뉴욕시에서는 한때 6,000명 넘게 나왔던 일일 신규 감염자가 최근 100명 밑으로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