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거래융자 잔액이 11조원을 넘어선 가운데 개인투자자를 끌어오기 위한 증권사의 과열된 유치전이 돈을 빌려 투자하는 이른바 ‘빚투’를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유가증권시장 5조2,046억원, 코스닥시장 6조1,118억원, 총 11조3,163억원으로 집계됐다. 48거래일 연속 증가다. 코스피지수가 이날 장중 2,200선을 돌파하는 등 국내 증시가 상승세를 이어가자 돈을 빌려서까지 상승 기류에 올라타려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
일반적으로 주가가 강세를 이어갈 때 신용거래융자 금액도 그 방향을 따라가는 경향이 있지만 개인투자자를 유치하기 위해 펼치는 증권사의 경쟁적 금리 할인 이벤트가 ‘빚투’를 부채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SK증권(001510)은 이달 1일부터 첫 신용거래 고객을 대상으로 30일간 신용융자 이자를 받지 않는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한화투자증권(003530)과 DB금융투자(016610)는 신규 계좌개설 고객에게는 금리 혜택을 제공하며 고객 끌어오기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기존 고객 지키기에 나선 곳도 있다. 한국투자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078020)도 일정 기간 신용거래를 이용하지 않은 고객에게 금리 인하를 약속했다. 한화투자증권·이베스트투자증권 등은 지난달 종료한 해당 이벤트를 이달에도 또다시 열었다. 조건을 충족하는 투자자는 6~8% 수준의 대출 금리를 2~3%대 저리에 제공받을 수 있다.
문제는 신용융자거래의 경우 지수가 갑자기 하락 반전할 경우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12배를 넘어서며 낙관 편향됐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유승민 삼성증권 글로벌투자전략팀장은 “단기적으로 주식시장의 추가 상승 여력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실제 증시 열기가 꺾여 잇단 반대매매(투자자가 결제대금을 갚지 못해 증권사가 주식을 강제 처분해 채권을 회수하는 방식)가 현실화할 경우 추락하는 그래프의 기울기를 더욱 가파르게 만드는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다. 올해 3월 폭락장에서도 11년 만에 최대 규모의 반대매매가 체결되며 깡통계좌 속출 등 개인의 투자손실 우려가 컸었다.
자본시장 생태계의 핵심구성원인 증권사들이 수익과 고객 확보도 좋지만 불확실성이 증대된 시장에서 보다 책임감 있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는 “현재 주가는 실물과 괴리가 커서 하락할 위험성이 크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증권사의 금리 할인 이벤트를 지속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신뢰를 훼손할 위험이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