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급여 지출액이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했다. 문재인 정부의 사회안전망 확대정책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고용쇼크가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5월 구직급여 지출액이 1조162억원을 기록했다고 8일 발표했다. 전년동기 대비 33.9% 증가한 액수다. 지난달 구직급여 신규 신청자 수도 32.1% 늘어난 11만1,000명으로 집계됐다. 5월을 기준으로 하면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최대치다.
구직급여액은 2월 7,819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후 4개월 연속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구직급여 수령은 실업 발생 1~2개월 후에 시작돼 2월에는 코로나19의 영향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결국 구직급여액 폭증은 재정건전성을 담보하지 못한 사회안전망 강화정책과 코로나19로 인한 고용 타격이 맞물린 결과라는 해석이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 두루누리(저임금 근로자 고용보험료 지원) 사업 지원 비율 확대, 일자리안정자금 지원 요건에 고용보험 지정 등 소규모 사업장을 대상으로 사회안전망 강화를 추진했다. 지난해 10월에는 고용보험료율 인상(0.65%→0.8%)과 구직급여 보장성 강화(평균 임금의 50%→60%), 구직급여 기간 확대(30~60일)를 동시에 추진했다.
권기섭 고용부 고용정책실장은 “구직급여 지출 증가액은 신규 신청자 증가에 따른 부분을 45%로, 나머지 보장성 강화에 따른 수혜금액 증가 효과를 55%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고용보험기금 고갈 우려가 커지면서 정부는 부랴부랴 관련 예산을 늘리고 있다. 지난달까지 구직급여 지출금액은 4조4,244억원에 달한다. 임이자 미래통합당 의원이 고용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고용보험기금 수입은 3월까지 4조1,439억원에 불과하며 이 중 일반회계 전입금이 5,802억원에 달한다. 자체 고용보험 수입으로는 지출을 감당하기 힘든 것으로 고용보험기금은 지난해 2조877억원 적자에 이어 올해 또다시 ‘펑크’를 낼 가능성이 높다. 고용부는 3차 추경예산안에 구직급여 예산을 9조5,158억원에서 12조9,096억원으로 증액했다. 일반회계 전입금 증가, 예치금 회수 등이 포함됐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대해 권 실장은 “고용보험 재정 부분도 강화해야 하지만 사회안전망을 확대해야 하는 부분도 분명히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고용위기는 제조업과 청년층을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 지난달 제조업 고용보험 가입자 수는 352만9,000명으로 전년동기 대비 5만4,000명 감소했다. 제조업 고용보험 가입자는 9월 이후 감소로 전환(-7,000명)한 후 감소폭을 키우고 있다. 5만4,000명 감소는 1998년 1월 이후 최대치다. 섬유·의복·기계장비·전자·통신·1차금속·자동차 등 수출입 민감도가 큰 업종을 중심으로 고용보험 가입자가 줄었다. 서비스업 고용보험 가입자 수는 943만7,000명으로 전년동기 대비 19만4,000명 증가했다. 4월(19만2,000명)보다 폭을 늘렸다. 보건복지·공공행정 중심으로 가입자가 늘어 공공 부문을 중심으로 노동시장을 견인하고 있는 셈이다. 고용부는 긴급재난지원금 등의 효과로 서비스업의 경우 6월에 고용지표가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제조업의 경우는 북미·유럽 등 글로벌 공급망 회복과 맞물리기 때문에 바닥을 찍었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연령별로 고용보험 가입자를 분석하면 20대와 30대가 각각 전년동기 대비 2.6%, 1.8% 감소했다. 40~60대는 모두 가입자가 늘었지만 청년층에서만 줄었다. 코로나19로 기업들의 채용이 연기됐고 아르바이트 등 임시직 일자리도 줄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3차 추경안에 청년층 중심 ‘55만개 일자리 사업’을 올려놓았다. 모집 등을 거치면 한 달 정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되지만 국회 원 구성을 두고 여야가 대치하고 있어 추경안 통과 시점을 가늠하기는 힘들다.
/세종=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