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韓, 소프트파워·국제 연대로 위기 극복을"

유종일 KDI국제정책대학원장

코로나로 세계 '자국 우선주의' 심화

경제 회복 더욱 어려워질 가능성 커

韓, 강대국 간 갈등국면 대응 위해

정보기술·문화 등서 영향력 키워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심화되고 있는 전 세계의 민족주의 성향으로 인해 세계 경제 회복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우리는 소프트파워를 키워 국가 간 협력에 뜻에 같이하는 나라들과 연대해 위기를 극복해야 합니다.”

유종일(사진)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장은 8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경제, 국제관계의 회복탄력성이 중요한 시기지만 자국 우선주의가 이를 막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유 원장은 지난 5일 세종시 KDI 국제정책대학원에서 열린 한미 전문가 화상 토론회에서도 국가 협력을 위한 새로운 외교전략을 강조했다.

유 원장은 코로나19는 물론 경제위기 극복, 환경문제 대응 등 글로벌 공동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 간 협력이 최우선이라고 주장한다. 유 원장은 “미중 갈등의 틈바구니에서 우리는 중견국가로서의 역할이 있다”며 “하드파워가 아닌 정보기술(IT), 문화 등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에서 나타난 K방역 등이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아직 소프트파워 국가로서는 부족한 점이 많다는 지적이다. 그는 “경제 회복 관점에서도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서 한국이 앞서 가는 나라라는 점을 보여줘야 한다”며 “기후변화 대응 등 글로벌 문제에 대해 우리나라 입지를 이해하고 도와줄 국가들과 연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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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원장은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되고 국제공조가 약화될 경우 세계 경제의 L자형 장기침체 가능성은 열어둬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강대국 리더들이 갈등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경향이 있어 갈등이 쉽게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주변국의 경제를 희생시켜 자국의 경기 회복을 추구하려는 ‘근린궁핍화’ 정책이 위기를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강대국 간 갈등 국면에서 유 원장이 제시하는 대응전략은 회복탄력성을 키우는 일이다. 그는 “강대국들이 국제분업의 효율성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우리는 생산·공급선의 다변화, 국산화 등 대체수단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코로나19 정책금융 지원에 대해서 유 원장은 아쉬움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정부가 고용·기업 모두 다 지키겠다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며 “기업을 지원하더라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되지 않도록 구조조정을 수반한 정책이 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전 국민 고용안전망 구축에 대해서도 미래지향적 관점을 제시했다. 그는 “정부는 정책을 점진적으로 추진하되 최대한 효과를 높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모든 일자리를 지키기보다 미래산업·일자리 구조 변화를 감안해 지원하고 적절한 직업훈련, 일자리 이동과정의 소득 보장 등이 뒷받침되는 안전망을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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