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한숨 돌린 삼성...'글로벌 초격차' 속도낸다

반도체 중심 공격투자 지속

전장 등 추가 M&A 가능성도

이재용(앞줄 왼쪽 두번째)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18일 중국 산시성 시안에 위치한 반도체사업장을 찾아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이재용(앞줄 왼쪽 두번째)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18일 중국 산시성 시안에 위치한 반도체사업장을 찾아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불구속 결정으로 삼성전자(005930)의 위기극복 시나리오에 가속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글로벌 경기위축,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가동 차질, 일본의 수출규제에 따른 핵심소재 조달 차질 등 ‘3중 악재’로 신음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이 부회장의 진두지휘하에 반도체를 중심으로 공격적 투자 기조를 지속하는 한편 스마트폰 등 각 사업 분야에서도 초격차전략을 지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

8일 재계에 따르면 법원의 불구속 결정으로 한숨을 돌린 이 부회장은 최근 몇년간 유지해온 공격적 투자 기조를 이어갈 방침이다. 이 부회장은 최근 한 달 새 글로벌 불확실성을 초격차전략으로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를 수차례 드러낸 바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중국 시안 반도체사업장을 방문해 “때를 놓치면 안 된다”며 임직원들에게 초격차에 힘써줄 것을 주문한 데 이어 같은 달 평택 극자외선(EUV) 파운드리 생산라인 조성 발표 이후에는 “어려운 때일수록 미래를 위한 투자를 멈춰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특히 이 부회장이 지난달 경영권 승계에 대한 입장발표에서 “한 차원 더 높게 비약하는 새로운 삼성을 꿈꾸고 있다”고 밝힌 만큼 ‘뉴삼성’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도 하나둘 공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위기극복 시나리오의 중심에는 반도체가 자리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 들어 ‘경영위원회’를 여섯 차례 개최해 총 8개 안건을 의결했으며 이 중 6건이 반도체 관련이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비전 2030’ 선포를 앞둔 지난해 4월 초 경영위원회에서 메모리 투자, 평택단지 투자, 파운드리 투자 등 주요 안건을 의결한 후 경영위원회를 중심으로 반도체 퍼스트 경영에 본격 시동을 거는 모습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삼성전자 사내이사 자리를 내려놓은 만큼 경영위원회 참가 멤버는 아니지만 수조원에 달하는 투자 결정을 조율하고 밑그림을 그리는 ‘나침반’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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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다소 안정적 투자 기조를 유지해온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의 투자 규모 또한 한층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4분기 반도체 부문 시설 투자에 3조6,000억원을 집행한 반면 올 1·4분기에는 투자액을 6조원까지 늘리며 공격적 투자에 이미 시동을 걸었다. 이 같은 투자 기조가 지속될 경우 올해 삼성전자의 반도체설비 투자액은 지난해 연간 투자액(22조5,649억원) 규모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의 추가 인수합병(M&A) 시도 가능성도 제기된다. 삼성전자가 올 1·4분기에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역대 최고 수준인 113조1,964억원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전장에 관심이 많은 만큼 전장용 반도체 전문기업인 네덜란드 NXP 인수에 나설 수 있다고 내다봤다. 삼성전자가 차량용 반도체 브랜드인 ‘엑시노스 오토’를 공개하며 관련시장 장악에 힘을 쓰고 있지만 제품 불량이 안전과 직결되는 ‘진입장벽’이 높은 시장으로 분류되는 만큼 M&A 전략이 효율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가 NXP 인수에 성공할 경우 하만의 전장 기술, 삼성SDI의 전기차 배터리 기술, 삼성디스플레이의 전장용 디스플레이 기술 등과 상당한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일본 수출규제에 따른 반도체·디스플레이용 수급 문제에서도 삼성전자의 발 빠른 대응이 기대된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7월 일본의 핵심소재 수출규제 움직임이 본격화되자마자 일본으로 건너가 관련 소재 확보에 나서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지난해 9월 일본 재계의 초청으로 ‘2019 일본 럭비 월드컵’ 개막식을 관람하는 등 ‘경제외교관’ 활동에도 주력하는 만큼 한일 갈등 해소에 어느 정도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전문경영인 체제에서는 한 해 수십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긴 안목으로 집행하는 데 아직까지는 한계가 분명하다”며 “삼성이 선제적 투자와 뛰어난 경영전략으로 오너경영의 장점을 확실히 보여준 만큼 이 부회장 체제에서 어렵지 않게 위기를 극복하리라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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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부회장 반도체 경영행보

2020년 1월 화성사업장 내 반도체 연구소 방문

2월 화성사업장 EUV 라인 방문

5월 중국 시안 반도체 사업장 현장경영

평택 파운드리 라인 조성

6월 평택 낸드플래시 라인 증설

양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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