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 경제통인 추경호 의원은 저금리 시대라고 재정 부양책을 남발하면 “일본처럼 ‘잃어버린 20년’이 찾아온다”고 경고했다.
추 의원은 “일본은 잃어버린 20년 동안 국가 발전이 정체되고 일자리가 없어졌다”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는 금리를 내려도 성장률이 오르지 않자 대규모 확장재정정책을 펼쳤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국가채무비율은 40%대에 진입했다. 현재 일본의 국내총생산(GDP)대비 국가채무비율은 220%다.
국가채무비율이 45%를 넘지 않도록 하는 재정준칙 법안을 자신의 21대 국회 1호 법안으로 발의한 추 의원은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2~3년간 정부 채무비율이 급증하고 있다”면서 우려를 표했다. 이어 “만약 30조원 규모의 3차 추경까지 포함하면 올해 국가채무비율은 46%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추 의원이 발의한 재정준칙 법안은 정부가 국회에 공공부문 부채관리계획을 제출하고, 국세감면율의 법정한도를 의무화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추 의원은 특히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가만히 있어도 10~20년 뒤 엄청난 규모의 복지지출이 예정돼 있다”면서 “방만한 재정지출이 경제위기의 불씨를 키우게 된다”고 강조했다. 최근 여당에서 국가채무비율 60%까지 괜찮다는 이야기가 나온 데 대해 “국채비율이 높은 선진국과 한국은 상황이 다르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지난 1990년대에 유럽연합 회원국 가입조건이 국가채무 60%였던 것은 대부분 1960년대에 복지제도를 완비했고, 1980년대에 고령화가 현재 한국 수준이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시절 정부 예산안을 두고 “재정건전성을 지키는 마지노선으로 여겨왔던 40%가 깨졌다”며 강하게 비판한 적 있다. 2000년대부터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공공부문에서 복지지출이 가장 빠르게 증가한 나라다. 또 저출산·고령화 문제로 자연적으로 복지지출이 늘어나는 구조였다.
한국은 고령화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어 이미 3년 전 고령사회로 진입했다. 2067년엔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47%까지 치솟을 전망이다. 2067년 노년부양비(생산연령인구 100명당 고령인구 비중)는 지금보다 5배 증가한 102.4명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 된다.
나아가 추 의원은 한국이 달러·유로화·엔화 등 기축통화를 가진 국가와 달리 통화를 마음대로 찍어낼 수 없어 높은 부채비율을 감당하기 힘들 것이라 설명했다. 그는 “우리처럼 기축통화를 갖지 않은 선진국 가운데 부채 비율이 30~40%인 곳도 많다”고 덧붙였다. 가령 유로 대신 코로나를 사용하는 스웨덴은 국가채무비율이 38%에 그친다. 또 수출 중심 경제인 만큼 한국은 대외 충격에 취약하다. 추 의원은 “경제위기가 닥칠 때 가계와 기업을 지원할 수단이 필요하다. 그런데 평소에 빚내서 펑펑 쓰면 제때 대응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발 경제위기와 관련해선 “위기 상황 시 지출의 우선순위를 재조정해야 한다”며 선심성 현금 살포를 비판했다. 현금 살포의 재정승수 효과는 0.2에 불과해 재정을 풀어도 경제효과는 미미하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추 의원은 “돈을 쓰려면 제대로 써야 한다”면서 “평소에 알뜰하게 재정을 운용하다가 올해와 같은 위기상황에 돈을 제대로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경제가 1% 성장할 동안 재정지출은 9.5% 증가했다. 올해는 그 정도가 더 심해져 재정지출 증가율은 9%대를 유지한 가운데 1·4분기 경제는 이미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