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에 폭력이나 학부모의 폭언으로 초등학교 교사에게 우울장애가 발병했다면 공무상 재해로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1단독 이성율 판사는 여성 초등학교 교사 A씨가 공무상 요양을 승인해달라고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발단이 된 건 A씨가 대구의 한 초등학교 3학년 담임교사로 재직하던 지난 2018년 6월. 당시 A시는 학생이 본인 책상에서 공책을 가져가려 하자 제지했다. 그러자 학생이 A씨 팔을 5차례 정도 때렸고, 그는 가정지도를 부탁하고자 학생 어머니께 전화했다. 그러나 학생 아버지는 A씨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선생님이 아이에게 잘못한 게 있어서 그러는 것 아니냐”며 교사 자실을 문제 삼는 등 모욕하는 말을 했다. 이 일을 계기로 A씨는 스트레스 반응, 불안, 우울장애 등 진단들 받았다. 이에 공무상 요양을 신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아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초등학교 3학년 학생에게 폭행을 당하고, 이후 학부모가 오히려 화를 내면서 항의하는 상황은 교사인 A씨에게는 매우 충격적인 경험이었을 것”이라며 “그로 인해 극심한 스트레스와 정신적 고통을 받았으리라는 것이 넉넉히 인정된다”고 밝혔다. 진료 기록상 A씨가 이전까지는 교직 생활과 무관한 사적인 요인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호소한 적이 없고, 이 사건 이후에 증상이 심해진 점 등을 근거로 “공무와 질병 사이에 타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