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096770)이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의 기업공개(IPO) 절차에 들어간다. ‘캐시카우’였던 정유 사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자 배터리 등 미래사업에 대한 투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SKIET는 기업공개 주관사 선정을 위한 입찰 제안요청서(RFP)를 국내외 증권사에 발송했다고 9일 밝혔다. SKIET는 제안서 접수와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다음달 내로 주관사를 선정한다. SKIET 측은 “주관사 선정 이후 코로나19, 경제 및 주식시장 상황 등을 지켜보며 구체적인 일정을 확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SKIET의 주력 사업은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소재인 리튬이온배터리분리막(LiBS)이다. 지난 2004년 국내 최초이자 세계 세 번째로 LiBS 생산기술을 독자 개발한 뒤 세계 최초로 5㎛ 박막제품을 개발하고 양면 동시 코팅을 상업화하는 등 기술력을 고도화했다.
SKIET는 급증하는 배터리 수요에 대비해 증설에도 적극 투자했다. 충북 증평 12·13호 라인을 비롯해 중국·폴란드 공장이 완공되는 오는 2021년 하반기 생산량은 12억1,000㎡로 증가한다. 이동욱 키움증권 연구원은 “1티어 분리막 시장의 타이트한 수급을 고려하면 2021년 SKIET의 영업이익은 3,000억원을 웃돌 것”이라며 SKIET 분리막 사업의 가치를 약 6조원으로 추산했다.
SKIET는 폴더블폰 등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에서 유리를 대체하는 플렉시블커버윈도(FCW) 또한 생산한다. 지난해 증평의 FCW 생산라인을 완공한 SKIET는 올 하반기 상업생산에 들어간다.
SK이노베이션 측은 이번 IPO와 관련해 “1월 ‘CES 2020’에서 SK이노베이션·SK종합화학·SK루브리컨츠가 미래 모빌리티 성장에 의기투합하기로 하면서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기차 배터리 관련 투자금으로 활용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SK이노베이션의 주축인 정유 사업이 코로나19와 함께 곤두박질친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1·4분기 창사 이래 최대인 1조7,752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정유사의 수익과 직결되는 정제마진은 올 3월 셋째주부터 약 3개월째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IPO로 확보된 자금이 LG화학과의 배터리 소송 합의금으로 활용될 가능성도 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2월 LG화학과의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SK이노베이션의 조기 패소 예비결정을 내렸다. 최종 판결이 예정된 10월 이전에 양사가 합의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업계에서 예상하는 합의금 규모는 최소 5,000억원에서 최대 2조원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