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지금도 '킥라니' 출몰에 아찔한데... 면허 없어도 탄다고?

9일 개정안 공포…만 13세 이상도 이용 가능

헬멧 등 보호장비 착용 안 해도 범칙금 부과 못해

서울 시내의 한 인도에 전동킥보드들이 줄지어 주차돼 있다./서울경제DB서울 시내의 한 인도에 전동킥보드들이 줄지어 주차돼 있다./서울경제DB



스마트모빌리티 산업 활성화를 위해 전동킥보드 이용의 족쇄가 대거 풀리면서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가 함께 커지고 있다. 법 개정으로 별도의 면허 없이도 만 13세 이상이면 누구나 전동킥보드를 이용할 수 있는데다 자전거도로까지 달릴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전동킥보드 이용자 급증과 함께 관련사고도 가파르게 늘고 있는 만큼 심야운전 제한 등과 같은 제도적 보완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행정안전부와 경찰청은 9일 전동킥보드 관련 규제 완화 등을 담은 ‘도로교통법’ 및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공포했다고 밝혔다. 개정된 법률은 오는 12월10일부터 시행된다. 개정안에 따르면 전동킥보드는 자전거와 같은 ‘개인형 이동장치’로 분류돼 별도 면허가 없더라도 만 13세 이상이면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제 중학교 1학년생도 전동킥보드를 탈 수 있게 된 셈이다. 지금까지는 운전면허나 원동기면허를 가진 만 16세 이상 운전자만 전동킥보드를 탈 수 있었다. 또 개정안이 시행되면 헬멧 등 보호장비를 착용하지 않더라도 범칙금을 부과할 수 없게 됐다.

지난달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킥보드 업계는 환영의 뜻을 나타냈지만 시민 사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킥보드와 고라니를 합친 ‘킥라니’라는 신조어까지 생길 만큼 도로 위 사고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이용 규제가 완화되면 관련 사고를 부채질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삼성안전교통문화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2016년 49건이던 전동킥보드 교통사고는 지난해 890건으로, 3년 만에 18배 넘게 급증했다.

지난 4월 부산 해운대구에서 발생한 전동킥보드 사고 현장의 모습./연합뉴스지난 4월 부산 해운대구에서 발생한 전동킥보드 사고 현장의 모습./연합뉴스


먼저 이번 개정안으로 전동킥보드 이용연령이 대폭 낮춰진 점에 대해 전문가들은 우려를 나타낸다. 전제호 삼성안전교통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은 “기존 젊은 세대의 킥보드 운전 행태에는 위험한 요인이 적지 않았다”며 “면허가 있는 성인들도 안전수칙을 잘 지키지 않는데 과연 안전교육도 제대로 받지 않은 청소년들이 지킬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전동킥보드도 이제 자전거도로를 이용할 수 있게 되면서 기존 도로 위의 자전거나 인근 보행자와 충돌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헬멧 등 보호구 착용을 강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사라진 점도 이용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또 다른 요인이다. 바퀴가 작고 무게중심이 높은 전동킥보드는 돌발상황에 취약한데다 자칫 넘어질 경우 머리부터 떨어지면서 큰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평소 전동킥보드를 자주 이용하는 직장인 조모(29)씨는 “비 오는 날 바퀴가 헛돌거나 하는 문제로 사고가 날 뻔한 적이 많다”며 “날이 더워지면 헬멧을 안 쓰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경찰에 따르면 개정안이 시행되면 중량 30㎏ 미만의 전동킥보드에 대해서는 이용자가 안전모를 쓰지 않더라도 범칙금을 부과할 수 없다. 현재 도로 위를 달리는 전동킥보드 상당수는 중량 30㎏을 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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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전동킥보드 사고를 줄이려면 음주운전이 우려되는 야간에는 운행을 제한하는 한편 보험가입을 의무화하는 등의 후속조치가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 책임연구원은 “전동킥보드가 새로운 보조교통수단으로 도입된 초기 단계에 관련 규제가 풀리면서 염려스러운 부분이 적지 않다”며 “안전을 위한 야간운행 제한과 함께 전동킥보드의 보험상품 가입 의무화 등 이용자의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근 법원도 판결을 통해 전동킥보드를 법에서 규정한 ‘자동차’로 보고 ‘의무보험 가입대상’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심기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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