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제33주년 6·10민주항쟁을 맞아 “국가는 국민의 삶을 위해 존재하고 언제나 주권자의 명령에 부응해야 한다”며 “선거로 뽑힌 지도자들이 늘 가슴에 새겨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 용산구 남영동 옛 치안본부 대공분실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대한민국 주인은 국민”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남영동 대공분실은 지난 1987년 서울대 언어학과 박종철 열사가 물고문으로 숨진 곳이다. 당시 경찰은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고 박 열사의 사망원인을 거짓 해명하며 6·10민주항쟁의 도화선이 됐다. 문 대통령은 국가폭력 사태 속에서 터져 나온 지난 6·10민주항쟁을 계기로 “국민이 주권자”라고 다시금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6·10민주항쟁 기념식을 찾은 것은 지난 2017년 이후 3년 만이다. 이번 기념식에는 잘못된 공권력에 대한 반성의 의미로 현직 경찰청장이 처음으로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옛 치안본부 대공분실에 민주인권기념관이 들어서는 것에 대해 “피해자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민주주의의 역사를 기억하는 공간이 될 것”이라며 “오늘 이곳에서 6·10민주항쟁 기념식을 열게 되어 매우 뜻깊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6·10민주항쟁의 역사를 되짚으며 민주주의의 가치를 조명했다. 문 대통령은 “학생들은 앞장섰고, 회사원들은 손수건을 흔들고, 택시기사들은 경적을 울렸다. 어머니들은 전투경찰의 가슴에 꽃을 달아줬다”며 “온 국민이 함께 민주주의라는 이름의 나무를 광장에 심었다”고 했다. 6·10민주항쟁의 의미와 관련해 “우리 국민들이 이룬 가장 위대한 성과는 국민의 힘으로 역사를 전진시킨 경험과 집단 기억을 갖게 된 것”이라며 “그래서 우리의 민주주의는 결코 후퇴할 수 없다”고 역설했다.
2016년 촛불집회에 대해서는 “민주주의가 위태로울 때 우리는 촛불을 들었고 모두와 함께 천천히 그러나 결코 방향을 잃지 않고 오늘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일상 속에 민주주의가 뿌리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의 민주주의는 더 크게 더 튼튼하게 자라고 있다. 이제는 남부럽지 않게 성숙했다”면서도 “제도로서의 민주주의가 잘 정비되어 우리 손으로 대통령과 국회의원, 단체장을 뽑고 국민으로서의 권한을 많은 곳에서 행사하지만, 국민 모두 생활 속에서 민주주의를 누리고 있는지 우리는 항상 되돌아보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지속가능하고 보다 평등한 경제는 제도의 민주주의를 넘어 우리가 반드시 성취해야 할 실질적 민주주의”라며 “민주주의는 제도를 넘어 우리의 삶 속으로 스며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도적 민주주의의 틀을 넘어 가정, 직장 등 일상 속에서 성숙한 민주주의를 가꿔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어 “우리는 갈등 속에서 상생의 방법을 찾고 불편함 속에서 편함을 찾아야 한다”며 “평화는 어렵고 힘든 길이지만 그럴수록 우리는 민주주의로 평화를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렇게 이룬 평화만이 오래도록 우리에게 번영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 국민의 민주적 자세도 높이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는 코로나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연대와 협력의 민주주의를 보여줬다”며 “우리가 만든 민주주의가 대한민국을 코로나 방역 모범국으로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우리의 민주주의를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며 “코로나의 힘겨운 상황 속에서 국민들 모두 서로를 배려하는 민주주의를 실천하고 민주주의 꽃인 선거를 성공적으로 치러낸 유일한 나라”라고 자부했다.
이날 기념식에서는 그동안 정부 훈포장에서 소외됐던 배은심 여사와 고(故) 이소선, 조영래, 지학순, 박정기 씨 등에게 민주화 유공자에 대한 국민훈장 모란장이 친수됐다. 고 박종철 열사의 부친인 고 박정기 씨는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회장으로 오랜 기간 활동했다. 이한열 열사의 모친인 배은심 여사는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를 결성해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훈장을 수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