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위기감을 느낀 기업들이 앞다퉈 현금 확보에 나서면서 시중 유동성이 사상 처음으로 3,000조원을 돌파했다. 특히 자금조달이 어려운 중소기업 대출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어 부실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4월중 통화 및 유동성’에 따르면 4월 통화량(M2 기준)은 3,018조6,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1.1%(34조원) 증가했다. 지난 2001년 12월 통계 작성 이후 최대 증가폭이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9.1% 늘어나면서 2015년 9월(9.4%)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M2는 현금·요구불예금·수시입출금식 예금(이상 M1) 이외 2년 미만 정기 예적금 등 현금화가 쉬운 단기금융상품을 포함한다. 경제주체들이 유동성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지 볼 수 있는 보편적인 지표다. 경제주체별 통화량을 살펴보면 기업이 22조2,00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기타금융기관(10조3,000억원)과 가계 및 비영리단체(7조3,000억원)가 뒤를 이었다. 기타부문은 지방정부의 재정집행 등으로 8조4,000억원이 줄었다.
기업대출은 5월에도 크게 증가했다. 이날 한은이 발표한 ‘2020년 5월중 금융시장동향’에 따르면 5월 말 기준으로 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945조1,416억원으로 전월 대비 16조원 늘었다. 4월(27조9,000억원)보다 증가폭이 줄었지만 여전히 많은 수준이다. 특히 중소기업 대출은 중소법인·개인사업자의 운전자금 수요가 늘어나면서 13조3,000억원 증가해 5월 기준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반면 대기업 대출은 유동성 확보 수요가 둔화되는 동시에 회사채를 통한 자금조달 여건이 개선되면서 증가 규모가 11조2,000억원에서 2조7,000억원으로 큰 폭 감소했다.
문제는 회사채 등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없는 중소기업이 은행 대출로 몰리면서 M2가 증가했다는 것이다. 기업도 회사채 발행보다 자금조달 부담이 늘어난 상태다. 김영익 서강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괜찮은 기업도 요새 채권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지 못하고 대출을 받다 보니 M2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기업 대출 증가가 은행의 부실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