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로 인해 하늘 길이 막혀 면세점 매출이 사실상 0을 기록했다는 뉴스는 이미 들으셨을 겁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평가받으며 대기업들이 앞다투어 진출을 했던 면세점이지만 코로나19에 모두 무릎을 꿇었습니다. 면세점의 경우는 미리 물건을 선주문해서 파는 구조라고 합니다. 그래서 매출이 없더라도 선구매한 제품은 그대로 사들일 수 밖에 없다고 하죠. 이 때문에 면세점 사업은 자본력이 막강한 대기업만이 할 수 있는 사업이라고도 합니다. 중견 기업이 면세점 사업을 시작했다가 사업권을 반납한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다시 면세점 재고로 돌아가면, 면세점이 개점 휴업 상태인 상태인데 주문한 상품이 쌓이고 쌓여 결국에는 시중에 판매하게 되는 특단의 조치까지 취해졌습니다. 재고 면세품이 시중에 풀리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생로랑을 비롯해 보테가베네타 발렌티노 등 명품 브랜드가 백화점에서 판매되는 정상 가격보다 10~50% 할인 판매된 가격으로 판매된다고 하자 첫 날 해당 사이트는 서버가 다운이 되는 등 인기를 끌었습니다. 6개월 이상 팔리지 않은 장기 재고품이 대상이었는데도 인기는 폭발적이었습니다.
그런데 과연 이 재고 명품 정말 싸게 산 것일까요? 합리적으로 생각해보면 과연 그럴까 싶습니다. 그리고 과연 시중에 풀린 제품 중 언제 구매해도 상관이 없는 화장품이나 주류 등이 빠졌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세일은 주로 계절이 끝날 무렵에 하는데 이때 사면 가격은 쌀지 몰라도, 이 때 산 옷은 얼마 못 입습니다. ‘신상’으로 제철에 세일 가격보다 조금 비싸게 샀더라도 한철 내내 입는다면? 과연 어느 쪽이 합리적인 소비일까요? 세일은 그만큼 철이 지난 것에 대한 감가상각일뿐입니다.
이번에 시중에 풀린 재고 명품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6개월 이상이 흘러 감가상각된 가치를 샀을 뿐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는 겁니다. 세일에 현혹되지 말아야 하는 이유가 아닐까요.
최근 샤넬이 가격을 인상한다고 하니 새벽부터 줄을 서서 기다리는 이들이 화제가 됐는데, 이 역시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어차피 샤넬은 FW 신상을 내놓을 것이니까요. ‘가격 인상 예고’라는 마케팅으로 SS 상품 재고를 처분한 ‘재고떨이’ 전략이 아닐까라는 합리적 의심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