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오피스·상가·토지

"300개 땅 지분 팔았는데 재매각 3개뿐"

대구 공유지분 판매업체 논란

상가·주택단지 공유지분 매각 후

매수자들 차익 실현한 곳은 없어

땅 쪼개 팔기 단속 제도적 장치 부족

"소비자 스스로가 각별히 유의해야"

대구의 한 공유지분 판매 업체가 단지 모양으로 필지를 분할한 다음 공유지분을 매각한 충남 당진 송산면 유곡리 212-74 일대./자료제공=부동산실거래가플랫폼 밸류맵대구의 한 공유지분 판매 업체가 단지 모양으로 필지를 분할한 다음 공유지분을 매각한 충남 당진 송산면 유곡리 212-74 일대./자료제공=부동산실거래가플랫폼 밸류맵






대구의 한 토지 공유지분 판매 업체가 상가·주택단지 형태로 분할한 필지의 공유지분을 약 900억원어치 팔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현재까지 해당 부지의 필지가 재매각된 사례는 한 건도 없었다. 일반 필지까지 범위를 확대해도 300여개의 필지 중 3개만이 재매각되는 데 그쳤다. 이런 상황에서 해당 업체의 일부 고객과 전 직원들은 “회사가 1~3년 안에 2~4배의 가격으로 되팔린다고 설명해 매수했다”고 주장했다. 업체 측은 “판매 과정에서 매도 가능 시기를 언급한 바가 없다”며 “고객에 대한 사후관리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11일 서울경제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대구의 한 공유지분 판매 업체의 판매 토지 목록을 분석한 결과 지난 2012년 이후 1,756억원어치의 필지가 판매됐다. 눈에 띄는 점은 이 중 절반 이상인 911억원어치를 상가·전원주택단지처럼 도로를 내고 분할한 다음 공유지분을 팔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부지는 15곳, 필지 수는 173개에 달한다. 업체는 필지를 총 267억원에 사들여 911억원어치를 팔았다. 판매 건수는 총 1,961건, 건당 판매액은 4,648만원이다.


이 부지들 가운데 재매각이 이뤄져 매수자들이 차익을 실현한 곳은 한 곳도 없다. 해당 업체는 일반적인 필지 125개, 845억원어치도 공유지분으로 팔았는데 이 역시 개별 필지가 고가에 재매각된 사례가 없다. 해당 업체에 재매각 사례를 문의한 결과 2012년 창립 이후 3건이 있었다고 밝혔다. 다만 본지가 이를 분석해보니 재매각 액수는 14억원가량에 불과했다. 이는 이 회사가 판매한 전체 필지의 1%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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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업체의 일부 고객과 전 직원들은 업체가 땅을 팔 때 허위·과장 설명했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이들은 “경영진이 일부 필지에 대해 1~3년 안에 상업지·근린상업지로 바뀌면서 2~4배의 가격으로 되팔릴 것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본지가 입수한 2015년 이 업체 A 대표의 조회시간 발언에도 이와 유사한 이야기가 나온다. 당시 A 대표는 “평택 땅부터 해 가지고 정확하게 물건 4개가 매도 물량이 들어왔다”며 “평택 3개, 빠르면 이달 말, 늦으면 내년 1월 초”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A 대표는 “고객들에게 ‘2~4년 안에 몇 배가 된다’는 말씀을 드린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전 직원들의 이런 주장은 다른 기획부동산에서 일하기 위해 돈을 돌려받으려는 음해라고 설명했다. 조회시간 발언에 대해서는 “매도 문의가 왔을 때 단순 찔러보기 식의 문의인지, 실제 매도 의사가 있는지는 수십 차례 연락을 취해야만 비로소 알 수 있다”며 “이 모든 과정을 고객들에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공유지분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유지분은 개인적으로 재매각하기가 어려운데다 나 홀로 지분을 팔 때는 적정한 가치가 책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창동 밸류맵 리서치팀장은 “땅 주변이 아무리 개발되고 변화한다고 해도 정작 내 땅이 직접적으로 개발되지 않는다면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박홍근 의원은 “공유지분으로 토지를 쪼개 파는 행태를 효율적으로 단속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부족한 만큼 소비자 스스로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권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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