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통일부, 탈북민 단체 고발 대신 수사의뢰 택한 이유는

정부 "탈북단체 교류협력법 위반등 의심"

전단살포 법 위반 논란에 수위조절 관측

논란커지자 통일부 "대규모 물자" 적극 해명

탈북민 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이 지난달 31일 경기 김포시에서 ‘새 전략 핵무기 쏘겠다는 김정은’이라는 제목의 대북전단 50만장, 소책자 50권, 1달러 지폐 2,000장, 메모리카드(SD카드) 1,000개를 대형 풍선 20개에 매달아 북한으로 날려보냈다고 지난 1일 밝혔다. 사진은 대북전단을 풍선에 실어 북한으로 보내는 모습.    /사진제공=자유북한운동연합탈북민 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이 지난달 31일 경기 김포시에서 ‘새 전략 핵무기 쏘겠다는 김정은’이라는 제목의 대북전단 50만장, 소책자 50권, 1달러 지폐 2,000장, 메모리카드(SD카드) 1,000개를 대형 풍선 20개에 매달아 북한으로 날려보냈다고 지난 1일 밝혔다. 사진은 대북전단을 풍선에 실어 북한으로 보내는 모습. /사진제공=자유북한운동연합



대북전단 살포 행위의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논란과 관련 정부가 탈북민 단체 등을 경찰에 고소·고발 대신 수사 의뢰 방식을 택하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통일부는 두 단체의 대북전단과 페트병 살포행위에 대해서 교류협력법을 비롯해 항공안전법, 공유수면법 등에 대한 위반이 의심된다며 수사를 의뢰했다고 11일 밝혔다.


통일부는 “앞으로 경찰의 수사 등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통상 고소·고발은 증거가 명백하거나 개연성이 높을 때 취하는 조치인 반면 수사 의뢰는 혐의에 대한 의심은 들지만 명백한 증거가 부족하거나 개연성이 높지 않을 때 선택하는 수단이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1일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을 앞두고 남북관계 발전과 한반도 평화통일을 염원하며 직원들과 ‘뭉게구름’ 노래를 합창하는 영상을 온라인에 공개했다./사진제공=통일부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1일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을 앞두고 남북관계 발전과 한반도 평화통일을 염원하며 직원들과 ‘뭉게구름’ 노래를 합창하는 영상을 온라인에 공개했다./사진제공=통일부


특히 수사의뢰는 특별히 주체가 한정돼 있지 않고, 고소·고발처럼 범인에 대한 처벌을 희망하는 의사표시가 핵심 요소가 아니라 점에서 정부가 수위 조절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실제 정부가 탈북민단체를 남북교류협력법 위반으로 고발하겠다고 발표한 뒤 법적 근거가 타당한지를 두고 논쟁이 뜨겁다. 통일부는 “남북교류협력법상 반출 규정을 보면 ‘남북 간 물품의 이동을 말한다고 돼 있다”며 “전단 살포나 페트병을 통한 물품 살포 등은 반출조항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남북교류협력법 2조는 ’반입·반출‘을 매매·교환·임대차·사용대차·증여·사용 등을 목적으로 하는 남한과 북한 간의 물품 등의 이동’으로 규정하고 있다. 보수 진영에서는 대북전단 살포 행위를 매매 등 반출 행위로 볼 수 없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에 통일부는 이날 별도의 보도자료까지 내고 적극적으로 논란 차단에 나섰다. 통일부는 “일부 단체의 물자 살포를 이번에 동법상 반출로 유권 해석한 것은 최근 살포 물자가 과거에 비하여 대규모·다양화(전단, 쌀, USB, 달러, 소형라디오 등)되고 전달 방식도 발달(열기구, 소형이동물체 등)하고 있는 상황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또 탈북민 단체의 법인설립 허가 취소에 대해서도 법인이 △ 목적 외 사업 수행 △ 설립허가 조건 위배 △ 공익을 해하는 행위를 한 경우에 주무관청은 허가 를 취소할 수 있다는 민법 제38조를 들었다.



=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왼쪽)와 인천 강화도 주민이 8일 오전 인천시 강화군 삼산면 석모리 한 해안가 진입로에서 말다툼을 벌이고 있다. 박 대표와 탈북민단체 회원들은 이날 이 지역 해안가에서 쌀을 담은 페트(PET)병을 바다에 띄워 북측에 보내는 행사를 개최하려다가 주민 반발에 부딪혀 실패하고 되돌아갔다./인천=연합뉴스=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왼쪽)와 인천 강화도 주민이 8일 오전 인천시 강화군 삼산면 석모리 한 해안가 진입로에서 말다툼을 벌이고 있다. 박 대표와 탈북민단체 회원들은 이날 이 지역 해안가에서 쌀을 담은 페트(PET)병을 바다에 띄워 북측에 보내는 행사를 개최하려다가 주민 반발에 부딪혀 실패하고 되돌아갔다./인천=연합뉴스


정부는 또 그간 탈북민 단체들의 대북전단 살포를 막지 않다가 북한이 남북 연락 채널을 중단한 직후 이들에 대한 강경 대응에 나서면서 대북 저자세 논란에도 휩싸여 있다. 통일부는 2018년 4.27 판문점 선언으로 과거와 상황이 다르다고 해명했다. 판문점 선언문 2조 1항을 보면 “남과 북은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근원으로 되는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한다. 당면하여 5월 1일부터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확성기 방송과 전단살포를 비롯한 모든 적대 행위들을 중지하고 그 수단을 철폐하며 앞으로 비무장지대를 실질적인 평화지대로 만들어 나가기로 한다”라고 대북전단 살포 행위를 금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논란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됐음에도 정부가 탈북민 단체를 제지하려는 것은 남북관계 경색을 풀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대남사업을 대적 사업으로 규정한 이유로 대북전단 살포 행위 방관을 들고 있기 때문에 양측의 대화가 재개되기 위해선 탈북민 단체 처벌 등 북측에 명분을 줘야 한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아띠홀에서 열린 ‘6ㆍ15 주역과 2030 청년의 대화’에서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이 주제연설을 하고 있다./연합뉴스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아띠홀에서 열린 ‘6ㆍ15 주역과 2030 청년의 대화’에서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이 주제연설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이날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민주평통이 주최한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 기념 ’6·15주역과 2030청년의 대화에 참석해 “북한은 좀 있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표정 바꾸고 나올 것”이라며 “당장 북한을 상대로 해서 무슨 일을 벌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가 어제(10일) 대북 전단을 살포하는 단체의 법인 설립 허가를 취소하고 남북교류협력법 위반으로 고발했기 때문에 일단 전단 살포 문제는 해결 국면으로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통일부는 이들 단체의 법인 설립허가를 취소하기 위한 절차에 착수했고 이달 중 청문을 하고 취소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박우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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