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중소벤처기업부는 백년가게 71곳을 선정해 발표했습니다. 일본에 가면 3대를 이어서 스시를 만들고, 우동을 만드는 노포가 많지만 한국에서는 김밥집으로 성공해도 1대에서 끝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최근 길거리 음식을 비롯해 가정식 등 우리의 소박한 먹을 거리가 주목을 받으면서 노포 역시 주목을 받았습니다. 밥 한 끼를 먹는다는 것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의미만은 아닙니다. 아침 한 끼는 오늘 하루를 열심히 뛰어보겠다는 의지이고, 저녁에 먹는 한끼는 하루 종일 ‘을생활’을 한 우리를 위한 작은 보상이자 힐링일 것입니다. 또 과거에 지겹도록 찾았던 식당을 오랜만에 찾을 때면 이런 내가 살았던 한 시절 한 시대가 보이기도 합니다. 박찬일 셰프는 ‘노포의 장사법’에서 “한 입 베어 물면 입 안에 한 시대가 들어오는 듯한 식당들이 있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옛날에 먹었던 음식이 오묘한 것은 아마도 이 때문일 것입니다. 본래의 맛에 내가 보낸 세월과 온갖 경험이 뒤섞여 말입니다. 그래서 어떨 때는 유난히 달고, 어떨 때는 유난히 시고, 어떨 때는 유난히 맵고 짠 것이 바로 이 때문일 겁니다.
누구에게 빵은 빨리 한 끼 때우는 식사대용일 수 있고 누구에게는 첫사랑을 마주했던 빵집이 생각나는 순간일 수 있고, 또 누군가에는 퇴근길 아버지 손에 들린 가장 반가운 빵 봉투일 수 있을 겁니다.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빵집이 있습니다. 태극당입니다. 장충동 신라호텔 근처, 장충체육관 근처, 장충동 족발골목 근처에 있습니다. 과거에는 명소였지만 이제는 ‘옛감성’을 좋아하는 이들이 찾는 곳이 됐습니다. 그런데 이 태극당이 이번에 국민추천으로 백년가게에 선정됐습니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앞으로 태극당을 비롯해 백년가게 음식을 이마트 등 대형 마트에서도 라이브 커머스를 통해서도 판매되도록 계획 중이라고 합니다.
군산에서만 먹을 수 있던 이성당 빵을 전국에서 먹을 수 있는 것처럼 태극당 빵도 그렇게 되는 겁니다. 빵 하나에 왜 이렇게 호둘갑이냐고 할 수 있지만, 앞서도 말씀 드렸듯 한 입 베어 물면 한 시대가 들어오는 게 바로 음식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