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북핵에 눈감고 전단에는 화내는 文정부

이태호 외교부 2차관이 9일 ‘핵군축·핵확산금지조약(NPT) 스톡홀름 이니셔티브 장관급 화상회의’에 한국 대표로 참가했지만 북핵 문제에 대해 한마디 언급도 하지 않았다. 이 차관은 “핵 없는 세상을 목표로 핵 군축이 진전되도록 국제사회가 다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했을 뿐이다. 우리 정부가 북핵 폐기 요구는커녕 북한 비핵화 화두조차 꺼내지 못한 것은 대북협력에 매달려 북한의 눈치만 보기 때문이다.


북핵 문제에 눈감은 문재인 정부가 우리 국민의 대북전단 살포에는 전광석화처럼 빠른 조치를 취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4일 탈북민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맹비난하는 담화를 발표한 지 4시간30분 만에 우리 정부는 대북전단금지법 추진을 공식화했다. 이어 북한이 “남한은 적(敵)”이라고 규정하면서 남북 간 모든 통신선을 끊은 지 하루 만에 정부는 전단을 살포한 탈북민단체를 고발할 방침임을 밝혔다. 청와대는 11일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 회의를 연 뒤 “정부는 앞으로 대북전단 및 물품 등의 살포행위를 철저히 단속하고 위반 시 법에 따라 엄정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정은 정권이 ‘쓰레기’ 등 원색적 표현으로 남측을 공격하는데도 정부는 경고 한마디 하지 못하고 되레 북한을 달래기 위해 탈북민 탄압에 나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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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를 외치면서 표현의 자유를 훼손하는 것도 문제지만 북한에 대한 우리 정부의 태도가 지나치게 저자세여서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여당은 이 와중에 “국회에서 판문점선언을 비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니 북한이 11일 노동신문을 통해 “남북관계가 총파산된다 해도 남조선 당국자들에게 응당한 보복을 가해야 한다”며 공세 수위를 높이는 것 아닌가. 미국에서는 이제 “북한이 한국을 가스라이팅하고 있다”는 분석마저 나온다. 북한이 남북관계에 매달리는 한국 정부의 심리를 교묘히 이용해 자신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게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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