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부품사 A사는 올 초 베트남 신규 공장에 200억원 규모 투자를 했다. 생산 중인 새로운 기술의 휴대폰 부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며 향후 성장성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매년 기술이 바뀌는 휴대폰 부품 사업은 대규모 투자가 선결돼야 크만큼 높은 수익을 볼 수 있다. 전형적인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산업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2,000억원대 매출에 영업이익률도 10% 안팎을 기록할 정도로 우량했다. 하지만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해만 해도 50~100억원대 분기 영업이익을 보였는데 올해 2·4분기엔 적자로 전환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내부에서 보고 있다.
12일 휴대폰 부품업계에 따르면 최근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휴대폰 수요 급감으로 주요 휴대폰 부품사들은 2·4분기 대규모 이익 감소 사태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부품 업계 한 관계자는 “휴대폰 부품 외에도 다른 사업을 진행하는 기업들은 사정이 그나마 낫다”며 “하지만 휴대폰 단일 부품 사업을 하는 대부분 기업들은 이번 코로나19에 피해가 막심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A사처럼 변화하는 휴대폰 시장에 적응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한 기업일수록 상황은 심각하다.
지난 달 발표된 올해 4월 정보통신기술(ICT) 부문 수출서 휴대폰 완제품·부품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2% 감소한 6억5,000만달러를 기록했다. 휴대폰 부분품의 경우 같은 기간 30.5% 감소한 3억5,000만달러를 보였다.
올해 스마트폰 출하량도 연초 예상치가 14억5,000만대였는데 최근 12억대로 낮아졌다. 상반기 출하량도 전년 대비 20% 안팎 역성장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삼성전자나 중국 휴대폰 제조사들도 4~5월 선제적인 부품 주문 축소를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파트론 와이솔, 인탑스 등 국내 주요 핸드폰 부품사들의 1·4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모두 전년 동기 대비 하락세를 보였다. 1·4분기는 아직 코로나19 영향이 덜한 1, 2월 실적이 포함돼 있어 2·4분기 실적은 이보다 더 상황이 좋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최근 코로나19가 상대적으로 누그러지고 있어 하반기 가동률 증가가 조심스럽게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상반기 부품 주문을 대폭 줄여 코로나19가 더 확산되지 않는다면 7월께부터 부품 생산 정상화를 기대할 수 있다”며 “실적 개선까지는 아니더라도 1·4분기 ‘악몽’ 수준만 벗어나면 된다는 생각”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