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그룹이 이달부터 주요 계열사에 신한AI가 개발한 ‘시장 경고 시스템’을 도입한다. 신한AI는 지난해 9월 출범한 국내 금융권 최초의 AI 전문 자회사다. 자체 구축한 AI 기반 투자자문 플랫폼 ‘네오’로 투자상품을 출시한 데 이어 이번에는 글로벌 시장 리스크를 예측하고 관리하는 시스템 개발에 성공했다. AI를 단순한 투자자문 도구가 아니라 독자적인 정보기술(IT) 서비스로 키워야 한다는 비전을 강조해온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이 직접 아이디어를 냈다.
이 시스템은 12일 신한금융 전 계열사 설명회를 통해 정식 데뷔한다. 이후 계열사별 이사회를 거쳐 이달 중 본격 도입되면 A씨처럼 현업 담당자 누구나 정교한 리스크 관리가 가능해진다. 배진수 신한AI 대표는 “AI를 글로벌 금융시장 리스크 예측에 활용하려는 시도는 전 세계적으로도 처음일 것”이라며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수많은 변수로 복잡다기해지는 상황에서 보다 체계적으로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시스템의 핵심 기능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한 달 안에 시장이 폭락할 것으로 예측될 때 이를 미리 잡아내 경고해준다. 예측에는 과거 20년치 금융데이터 분석에 더해 신한AI가 직접 설계한 AI 모형이 활용된다. 무려 42개 예측 모형을 조합했다. ‘폭락’의 개념은 과거 20년간 하락폭이 가장 컸던 상위 5% 구간을 기준으로 잡았다. 가령 한 달 뒤 코스피지수가 약 6.89% 떨어지거나 S&P500지수가 약 5.84% 하락할 것으로 예측되면 이 시스템이 미리 경보를 보낸다. 폭락이 예상되면 미리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위험에 대비할 수 있다. 이런 폭락 경보는 1년에 3~4번 발동된다.
매일 시나리오별 리스크 예측도 해준다. 총 341개 변수를 3개씩 조합해 매일 전 세계 10개 시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655만개 시나리오를 모니터링한다. 이 가운데 시장 하락 리스크가 가장 큰 시나리오 조합 3개에 대해서는 따로 알림을 띄우는 방식이다. 341개 변수에는 리스크 관리 담당자들이 가장 많이 보는 지표는 물론 AI로 뽑아낸 시장 변수와 비정형 데이터까지 총망라됐다. 주요 중앙은행 4곳의 회의록과 금리 관련 주요 인사 발언을 수치화한 데이터, 주요 국가 5곳의 시장 분위기를 분석한 데이터도 반영한다. 신한AI의 한 관계자는 “인간의 사고로는 도저히 예측할 수 없는 변수의 조합까지 매일 모니터링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신한AI는 현재 10개인 분석 시장 범위를 연말까지 20개로 확장할 계획이다. 분석 변수와 모형도 끊임없이 업데이트한다. 마이너스 금리 정책, 무제한 양적완화 등으로 글로벌 금융시장도 이제껏 가본 적 없는 길을 가고 있기 때문이다. 배 대표는 “과거에는 금리와 통화정책 간 상관관계가 높다고 보고 이를 분석에 활용했지만 이제 그 상관성이 희미해지고 있다”며 “미국 통화량처럼 금리의 향방을 분석하는 데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변수와 예측 모델을 또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 시스템은 “주먹구구식이 아닌 AI로 시장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보라”는 조 회장의 특명으로 탄생했다. 지난해 하반기 조 회장의 지시로 개발에 착수한 뒤 8개월여 만에 시스템이 완성됐다. 신한AI의 전신인 2016년 ‘보물섬 프로젝트’에서부터 5년간 AI 역량을 축적해왔기에 가능했다. 신한AI 관계자는 “단순한 투자자문사가 아닌 AI 전문기업로서 정체성을 확립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빈난새·김지영기자 binthe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