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배달서비스 시장에서 점유율 1%도 안되는 쿠팡이 99%의 시장 지배력을 가진 절대 강자 ‘우아한 형제들’(배달의 민족·요기요·배당통)을 사냥하기 위해 칼을 뽑았다. 난공불락 같던 배달의 민족이 최근 수수료 체계 변경으로 인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고, 공정거래위원회까지 칼날을 들이댈 준비를 하자 쿠팡이 배달 시장 공략에 나선 것이다. 쿠팡의 음식 배달서비스 ‘쿠팡이츠’가 오는 15일 서울 전 지역으로 서비스 확대를 예고한 가운데 5년여 만에 연예인까지 내세운 광고까지 더하자 업계에서는 배달 시장에도 ‘쿠팡의 세계’가 구축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14일 배달서비스 업계에 따르면 최근 쿠팡이츠의 움직임이 분주해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부터 베타서비스 기간 이라며 소극적 마케팅을 해왔던 쿠팡이츠가 돌연 지난 10일부터 연예인을 동원한 광고를 시작한 것이다. 쿠팡이츠는 드라마 ‘부부의 세계’로 스타덤에 오른 배우 한소희씨를 내세운 모바일 광고를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유튜브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물론 지하철과 버스에도 관련 광고를 내 보내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쿠팡은 지난 2015년 배우 전지현과의 광고를 끝으로 별다른 톱스타나 TV 마케팅을 하지 않고 있었다. 설 명절 쿠팡 기획전에 한시적으로 연예인을 기용하긴 했지만 그동안 연예인을 이용한 마케팅은 자제해 왔다. 앞서 쿠팡은 전지현 이전에도 비와 김태희 등을 광고 모델로 기용하는 등 톱스타를 활용한 대대적인 마케팅을 펼쳐왔다. 하지만 쿠팡과 티몬 등 이커머스 업체들은 초기 광고비로 총매출액의 80%가 넘는 비용을 쓰는 등 과도한 출혈 경쟁으로 적자 폭이 커지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이에 이커머스 업체들은 지난 2016년 이후 스타 마케팅을 줄이고 대신 물류센터 구축과 채용 등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동안 소극적 마케팅 위주로 나가던 쿠팡이 돌연 태도를 바꾼 것을 두고 업계에서는 쿠팡의 신사업 중 하나인 쿠팡이츠 사업을 본격화 하겠다는 신호탄으로 해석하고 있다. 때마침 쿠팡이 오는 15일부터 배달 서비스를 서울 전역으로 확대하기로 천명한 것도 이와 궤를 같이 한다는 평가다. 앞서 쿠팡은 강남과 서초, 송파 등 강남 3구에 한정됐던 서비스 지역을 지난 1일 부터 강북권으로 차차 확대하는 등 15일까지 서울 전역에 서비스를 시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코로나 19 여파로 배달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배달의 민족 등 시장 선두주자들이 여러 악재로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 쿠팡 입장에서 본격적인 시장 공략 타이밍으로 봤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예상치 못했던 코로나로 배달 시장이 급속히 커지자 쿠팡 입장에서도 소극적 마케팅에 한계를 느꼈을 것”이라며 “특히 경쟁사가 흔들리고 있을 때 공격적 마케팅이 가져다 주는 효과가 크다고 판단한 쿠팡이 전략을 바꾼 것”이라고 분석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쿠팡의 공격적 행보가 배달의 민족이라는 골리앗과의 싸움에서 당장은 역부족일 가능성이 크지만 특화된 서비스로 해볼 만한 싸움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배민에 대한 여론 악화에도 막강한 시장 점유율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배민을 이용할 수 밖에 없는 점주들에게 쿠팡이츠의 공격적 행보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할 것”이라며 “로켓배송에 대한 신뢰가 높은 고객 입장에서도 광고에서 강조한 로켓배송의 DNA가 담긴 특화된 배달 서비스가 매력적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공개된 광고에는 한소희씨가 ”그 사람 집은 왜 갔니, 너 정말 이제 지친다”라는 대사와 함께 배달을 힘들게 기다리는 모습이 나온다. 이후 “기다림에 지친 당신에게 지정된 라이더가 바로 가니깐 더 빠를 수 밖에”라는 멘트 이어 “일편단심 한집배달 쿠팡이츠”라며 광고는 끝을 맺는다.
광고 내용처럼 쿠팡이츠의 배송 시스템은 1개의 주문에 1명의 배달기사를 배정해 배달 시간을 줄이고 있다. 다른 경쟁 배달 업체가 1명의 기사가 인근 지역 여러 주문을 동시에 받아 배달하는 ‘합배송’과는 차별화된 점이다. 또 주문 이후 요리 진행 단계는 물론 배달 기사의 실시간 동선과 도착 시간까지 바로 알려주는 점도 쿠팡이츠만의 경쟁력이다.
쿠팡 관계자는 “쿠팡이츠가 보여줄 서비스는 다른 경쟁사와 같은 중계 서비스가 아니라 배송 전문 기업답게 로켓배송 노하우가 그대로 담긴 서비스”라며 “‘뜨거운 음식은 식지 않게, 찬 음식은 녹지 않게’ 라는 모토로 양질의 요리가 로켓처럼 빠르게 내 식탁에 도착하는 것이 쿠팡이츠의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