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가 가장 넓은 나라는? 러시아·캐나다·중국·미국 순이다. 쓸만한 땅을 기준 삼으면 순서가 거꾸로 변한다. 사막과 얼어붙은 동토를 빼고 인간이 거주 가능한 지역은 미국이 가장 넓다. 시작은 미미했다. 청교도들이 발들인 이래 150여년을 동부 해안가에 머물렀다. 모국인 영국은 식민지의 확장을 꺼렸다. 애팔래치아산맥을 넘어 중부로 진출하려는 사람이 많았지만 원주민(인디언)과의 분쟁으로 인한 군사비 증액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북미 중부의 드넓은 땅(루이지애나)은 프랑스가 갖고 있었다. 19세기 초반에는 위기도 찾아왔다.
나폴레옹이 북미 중부에 제2 프랑스 제국을 설립하려 대규모 병력을 보낸다는 소식으로 불안에 떨었다. 강대국 프랑스와 국경을 맞대야 하는 상황은 순식간에 기회로 바뀌었다. 생도밍그에서 발생한 흑인 노예들의 반란을 진압하려 4만8,000여 병력을 파견한 나폴레옹은 아예 루이지애나를 미국에 헐값으로 팔았다. 다음 문제는 영국. 오늘날 미국과 캐나다 서부 전체인 오리건 지역을 놓고 영토 분쟁이 일었다. 미국 일각에서는 러시아 영토인 알래스카 국경까지 진격하자는 목소리도 높았다. 대선에서도 후보들은 영토 확장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영국과 전쟁을 해서라도 오리건 지역 전체를 확보하자는 주장은 바로 사라졌다. 멕시코와 전쟁으로 여력이 없어진 까닭이다. 결국 미국은 1846년 6월15일 영국과 오리건협정을 맺고 북부 국경을 확정했다. 세계에서 가장 긴 국경이 북위 49도(동부 지역 제외)를 기준으로 그어졌다. 미국은 1848년 멕시코와 전쟁을 벌여 캘리포니아와 네바다, 유타·애리조나·뉴멕시코·와이오밍·콜로라도의 일부까지 새로운 영토로 얻었다. 세상에서 가장 비옥하고 석유 등 천연자원도 많다는 북미 대륙 중서부 일대를 불과 2년 동안 신생 미국이 차지한 것이다.
오리건협정 체결 만 13년이 지난 1859년 6월15일 미국인 농부가 농작물을 해치는 캐나다 돼지를 사살하며 불거진 ‘돼지 전쟁’을 마지막으로 미국은 더 이상 영토 분쟁을 겪지 않았다. 대신 패권 경쟁에 뛰어들었다. 드넓은 국토와 계속 유입되는 노동력의 결합이 미국이 패권국가에 이르게 된 원동력이다. 활용 가능한 영토가 거의 비슷한 두 나라, 미국과 중국이 패권 경쟁의 초입에 접어들었다. 우리로서는 위기가 아닐 수 없다. 국제 정치와 안보의 맹방인 미국과 경제 파트너인 중국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당하고 있으니까. 남북 협력과 몽골 진출 등 실질적인 경제 영토 확장에 나설 때다.
/권홍우선임기자 hongw@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