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는 끝났지만 여운은 오래 남았다. 막장 요소는 찾기 힘든 잔잔한 드라마에 사람들은 열광했다. 생로병사가 교차하는 병원을 배경으로 의사와 환자, 간호사 등 다양한 인간 군상의 가슴 따뜻한 이야기가 사람들의 마음을 울렸다. 바로 최근 종영한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이야기다. 연출을 맡은 신원호 PD는 ‘응답하라’ 시리즈를 히트시킨데 이어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통해 다시 한 번 반향을 일으켰다.
최근 서면을 통해 만난 신원호 PD는 주 1회 방송과 시즌제 시도에 대한 부담이 컸다고 털어놨다. 그는 “주 1회 방송이라는 편성도, 명확한 기승전결이 아닌 소소한 이야기를 꾸려나가는 구성적인 면도 큰 도전이었는데 많이 좋아해 주셔서 다행”이라며 “이미 계획된 시즌제 드라마를 처음 경험해 보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 등이 너무나 새로웠다”고 말했다. 이어 신 PD는 “시즌제가 갖는 강점은 그 다음 시즌에 이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못다 한 이야기가 없다는 점”이라면서도 시즌2의 내용에 관해서는 “내년 새로운 계절에 돌아올 예정이니 방송을 통해 모든 부분을 확인해주면 좋겠다”며 비밀에 부쳤다.
다만 그는 “시즌2는 시즌1과 색깔과 국면이 다르다”고 귀뜸했다. 신 PD는 “시즌1에서 다 보여주면 드라마를 물리적으로 나눠서 보여주는 것밖에 안 되기 때문에 의미 있는 시즌제를 위해서는 각 시즌이 보여줘야 할 색깔과 국면이 달라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병원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소소한 이야기라는 근간은 같으면서도, 그 외의 포인트는 다르게 디자인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채송화(전미도 분)의 마음도 ‘그 외의’ 포인트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 시즌1에서 극 중 채송화가 마음을 드러낼 이유가 없었죠. 전 연애에 대한 상처 등의 이유로 채송화가 ‘내가 누굴 좋아하지?’ 선택할 상황이 없었습니다. 시즌 1 막판에 그런 상황들이 왔고, 다음 시즌에 채송화의 이후 이야기가 그려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신 PD가 작품을 하면서 가장 중시하는 것은 ‘공감’이다. 그는 “이번 작품을 시청한 후 ‘힐링 됐다’ ‘보는 내내 너무 따뜻했다’는 댓글들이 많았고, 오프라인에서도 생전 드라마를 안 볼 것 같던 분들에게 오는 감동의 반응들도 많았다”며 “따뜻한 온기가 공유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가 전하고 싶은 건 모두 전해진 셈”이라고 말했다. 특히 의사들의 생활을 생생하게 그려 호평이 많았다는 것에 대해 그는 “의사 시청률 100%라는 말도 들었다”며 “‘리얼해서 보기 불편하다’는 농담 섞인 리액션들을 보니 의료진들의 삶을 비슷하게 그려낸 것 같아 좋았다”고 밝혔다.
드라마에서 ‘99즈’(조정석, 유연석, 정경호, 김대명, 전미도)로 불리는 주인공 다섯 명의 케미에 열광하는 시청자들이 많았다. 이에 대해 신 PD는 “배우들 모두 신인이나 무명도 아니고 각자의 위치와 나이가 있음에도 걱정한 것이 무색할 정도로 서로 잘 지내줬다”며 “이들의 케미가 화면 밖으로 이어진 덕분에, 작품의 밑을 함께 받쳐주고 있는 모든 배우들 덕분에 작품이 사랑받을 수 있었던 거 같다”고 강조했다. ‘99즈’의 케미가 가장 돋보였던 부분은 실제로 밴드 연주를 선보였을 때다. 그는 “악기를 배우고 싶어하는 의지가 있는지, 기꺼이 연습할 열의가 있는지 등이 캐스팅 고려요소였다”며 “모두 기꺼이 해줬고, 자발적으로 열심히, 그리고 즐겁게 해줘서 다섯 배우들에게 가장 고마운 부분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연출자 입장에선 다음 시즌에는 아마 더욱 어려운 곡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은 욕심이 생긴다”고 덧붙였다.
그의 작품에는 선하고 좋은 사람들이 유독 많이 나온다. 이에 대해 그는 “좋은 사람들이 펼치는 선한 이야기가 수많은 드라마 속에 하나쯤은 꼭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나도 저런 좋은 사람들과 같이 있었으면, 그래서 나도 좋은 사람이 돼야지’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 그 목표를 위해 매번 좋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한다. 세상 모두가 다 좋은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것이 나의 판타지”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