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독일의 방위비 지출에 강한 불만을 드러내며 주독 미군을 2만 5,000명으로 줄이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미국이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두고 팽팽한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는 한국 정부에 압박을 가하고 있는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을 위한 성과를 과시하기 위해 주한미군 감축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내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독일에 대한 방위비 불만을 거론하며 “나는 독일에 관해서만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많은 다른 나라에 관해 얘기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한국을 포함해 미군이 주둔한 동맹국이 방위비를 제대로 분담하지 않는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평소 인식이 반영된 만큼 주한미군에 미칠 여파에 관심이 쏠린다.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리처드 그리넬 전 주독 미국 대사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시리아와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한국, 일본, 그리고 독일로부터 군대를 데려오기를 원한다’고 분명히 말했다”고 한국을 직접 거명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와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사건으로 최대위기에 처해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주한미군 감축 카드를 쓸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한편 외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독일에 주둔한 미군의 수를 2만 5,000명으로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외신들을 종합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이 약속한 방위비를 충분히 지출하지 않았고 특히 독일이 가장 큰 문제라는 인식을 통해 주독미군 감축 결정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독일은 수년간 채무를 이행하지 않았고 나토에 수십억달러의 빚을 지고 있다”며 “우리는 독일을 지키고 있지만 그들은 채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 이건 말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지불해야 할 것을 지불하는 데 합의하지 않은 유일한 국가가 독일”이라며 “그들이 지불할 때까지 우리는 병사의 수를 약 절반으로 줄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채무는 독일이 GDP 기준 2% 방위비 지출을 맞추지 못한 상황을 비유한 것으로 풀이된다.
나토 회원국은 2024년까지 방위비 지출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2%’까지 늘리겠다고 했지만 지난해 기준 독일의 방위비 지출 비중은 1.36%에 그쳤다. 2% 기준을 충족한 국가는 9개국에 불과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2%보다 더 높아야 한다며 “우리는 오랫동안 이에 관해 얘기하고 있다.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그들은 미국을 이용해 왔다”라고 말했다. 미국을 가장 나쁘게 남용하는 나라가 독일이라고도 했다. 미국이 주독미군을 감축할 것이라는 내용은 이미 언론에 보도됐지만 최고통수권자가 직접 이를 확인한 것은 처음이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5일 트럼프 대통령이 주독 미군을 9,500명 감축하라고 지시했다며 3만 4,500명인 주독 미군이 2만 5,000명으로 줄어든다고 전했다.
다만 주독 미군 감축이 실제 이뤄질지는 미지수라는 분석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트럼프 대통령의 감축 계획은 의회의 공화당 매파로부터 강한 반발을 촉발했다”고 진단했다. 하원 군사위 소속 공화당 의원 22명은 지난 9일 “미국의 국가 안보를 중대하게 해칠 뿐만 아니라 러시아의 입지를 강화할 것”이라며 감축에 반대하는 공개서한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바 있다.
에밀리 하베르 미국 주재 독일 대사도 이날 “미군은 독일을 지키기 위해 거기에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대서양 연안 국가의 안보를 지키고 아프리카와 아시아에서 미국의 힘을 투영하기 위해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