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트럼프 불만 탓? 주한美대사관 '흑인 목숨' 현수막 철거

지난 13일 설치한 후 단 이틀만에 철거

외신 "현수막 설치에 백악관 불만 표해"

美대사관 "특정 기관 지지한다는 오해 불식위해 철거"

주한 미국대사관에 걸린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현수막. /사진제공=주한 미국대사관 트위터주한 미국대사관에 걸린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현수막. /사진제공=주한 미국대사관 트위터



서울 종로구 주한 미국대사관 외벽에 걸린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현수막이 설치 이틀만에 철거됐다. 외신들은 현수막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렸다고 전했다.

주한 미국대사관은 15일 오후 이 현수막을 철거하고 한국 전쟁 70주년을 기념하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는 미국에서 백인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사망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를 추모하고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시위대의 구호로 사용된다.

지난 13일 주한 미국대사관 측은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는 현수막 설치를 통해 인종차별 철폐를 기원하는 미국인들에게 연대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다”며 설치 이유를 밝혔다. 이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대사가 미국 내 인종차별 시위에 지지를 표현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시위를 ‘폭동’이라며 못마땅하게 여긴 트럼프 대통령은 시위대의 배후에는 극좌파를 의미하는 ‘안티파(Antifa)’가 있다고 주장하며 연방군을 투입해 진압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외신들은 현수막 철거의 배경에는 백악관의 불만이 있다고 분석했다. 15일 블룸버그통신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과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배너 설치를 탐탁지 않게 여겼다고 밝혔다. CNN방송 역시 이날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배너 철거를 지시했다”며 “이 배너는 인종차별과 성소수자 인권을 두고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반대로 여겨졌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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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주한 미국대사관 측은 해리스 대사가 납세자의 세금이 특정 단체를 지원하는 데 쓰인다는 오해를 불식하기 위해 철거했다는 입장이다. 윌리엄 콜먼 주한 미국대사관 대변인은 “현수막 설치는 미국인들과 연대의 메시지를 나누려던 것이지 특정 기관을 지지하거나 기부를 권하려던 것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납세자들이 세금이 그런 기관에 이익이 되게 사용된다는 오해를 하지 않도록 해리스 대사가 철거를 지시했다”며 “이것이 현수막 게시로 표현된 원칙과 이상을 축소되게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사건이 트럼프 대통령과 해리스 대사의 갈등이 표면화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4월 해리스 대사가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여부와 상관없이 11월 미 대선 이후 사임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한국 주재 대사로 일하면서 실망감을 느꼈다는 것인데 해리스 대사는 보도 이후 ‘내 거취가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11월 사임 이야기를 한 적은 없다’는 취지로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곽윤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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