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대학들의 온라인수업이 장기화하자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에 대학등록금 환불 재원을 반영하는 작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사립대를 포함한 대학 재정 지원에 국민 혈세를 낭비한다는 비판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정세균 국무총리의 등록금 반환 지원 발언과 관련해 “취지에 맞춰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 (여러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아직 어떻게 (방안을) 내놓겠다고 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라면서 “논의가 진행되면 따로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교육부는 그동안 등록금 반환 문제는 대학들이 개별적으로 결정할 일이며 교육부가 관여할 사안이 아니라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정 총리가 대학생들의 등록금 반환 요구와 관련해 대학별 실태를 파악하고 대응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하자마자 방침을 바꿨다.
박 차관은 다만 “등록금 반환은 반환 또는 장학금 지급 등의 형식으로 학교가 하는 것이지 교육부가 직접 하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정부는 학교에 대한 여러 지원책을 마련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직접환불 조치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이에 앞서 교육부는 대학생 등록금 지원을 위해 3차 추경에 1,951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와의 이견으로 지난 4일 국회에 제출된 추경안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아직 구체적인 지원방안은 논의되지 않았지만 당정은 등록금 반환 효과를 낼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 관계자는 “아직 재원마련 방안 등이 구체적으로 논의된 것은 없다”며 “다음 주쯤에나 윤곽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등록금을 반환하라는 학생들의 집단반발이 이어지면서 정 총리가 교육부에 등록금 지원방안 마련을 지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국 단위 총학생회가 연합해 발족시킨 학생회 모임인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는 전날부터 ‘등록금 반환을 요구하는 150㎞ 릴레이 행진’을 시작했다. 이해지 전대넷 집행위원장은 11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등록금 반환 문제를 꺼냈고 정 총리는 이에 “해결책이 쉽지는 않겠지만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답했다.
정치권에서도 정부가 등록금 환불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등록금 반환은 대학에만 맡겨둘 문제가 아니다”라며 “정부와 대학이 (등록금 지원) 예산을 50대50으로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등록금 지원 방침을 계기로 대학가에 환불 움직임이 확산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건국대가 대학 중 처음으로 2학기 등록금을 감면해 학비의 일부를 돌려주는 방안을 추진 중이지만 다른 대학들은 이미 등록금을 원격수업 인프라 구축과 방역비 등으로 사용한 상황에서 전 학생에게 환불하는 것은 어렵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일부 대학이 학생들의 반발을 고려해 특별 장학금 지급을 검토할 뿐 아직 전체 대학으로는 확산되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의 등록금 환불 간접지원을 놓고 국민 혈세 낭비 논란도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반값등록금 공약 열풍이 불었을 당시 정부의 등록금 지원에 혈세가 투입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이 거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