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034730)그룹이 중국 최대 전기차 회사 BYD의 반도체 자회사에 1억5,000만위안(256억원)을 투자했다. 중국은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 전기차배터리·전장용반도체·자율주행차 등에서 기술 우위를 노리겠다는 것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경영철학인 ‘딥체인지(근원적 변화)’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 및 미중 무역분쟁 격화 와중에도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16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SK차이나를 비롯해 샤오미·레노버·BAIC 인베스트먼트 등 30개 업체는 전날 8억위안을 투자해 BYD반도체 지분 약 7.84%를 확보했다. SK차이나는 투자 업체 중 가장 많은 1억5,000만위안을 투자해 지분 1.47%를 확보하며 주요 주주에 올라섰다. BYD반도체는 이번 2라운드 투자를 비롯해 앞서 진행된 1라운드 투자를 합쳐 총 27억위안의 투자금을 확보했다.
BYD는 올 들어 자회사 BYD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의 사명을 BYD반도체로 변경한 후 미래형 모빌리티 기업으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BYD가 중국 전기차 시장 1위·중국 전기차배터리 시장 2위라는 입지를 확보한 만큼 전기차배터리에서 반도체, 완성차의 수직계열화를 완성하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SK그룹 관계자는 이번 투자와 관련해 “향후 자율주행 등의 분야에서 협력을 모색하기 위한 것으로 SK차이나는 꾸준히 미래 사업에 대한 투자를 진행해왔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BYD반도체가 전기차 등에 탑재되는 전장용반도체에 강점이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특히 BYD반도체는 고온 등에서도 구동에 문제가 없는 실리콘카바이드(SiC) 반도체 기술 개발을 이미 완료한 것으로 전해졌다. BYD반도체는 고성능 반도체인 IGBT도 양산하고 있으며 중국 내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기준 18%가량인 것으로 전해졌다.
SK그룹은 전기차배터리 시장에서 빠르게 점유율을 높이고 있는 SK이노베이션(096770)을 비롯해 글로벌 2위의 D램 제조업체 SK하이닉스(000660), 국내 1위 통신업체 SK텔레콤(017670) 등을 그룹사로 둔 만큼 이번 지분 투자를 통한 시너지 창출을 노린다. SK이노베이션은 중국 창저우와 옌청 공장을 통해 중국 전기차배터리 시장의 점유율 확대를 계획하고 있으며 SK하이닉스는 중국 매출 비중이 40%를 넘나드는 만큼 중국에서의 입지 강화가 필수다. SK텔레콤은 5세대(5G)통신 및 인공지능(AI) 기술 기반의 자율주행차에 관심이 많다는 점에서 BYD와의 협력까지 기대된다. 무엇보다 중국은 글로벌 전기차 점유율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세계 최대 시장이라는 점에서 SK그룹으로서는 놓칠 수 없는 시장으로 분류된다.
한편 이날 에너지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의 발표에 따르면 올해 4월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배터리 시장점유율은 3.5%로 처음으로 삼성SDI를 앞질렀다. LG화학이 18.2%, 삼성SDI가 3.4%를 각각 기록했고 순위로 보면 1위는 중국 CATL, 2위는 LG화학, 5위와 6위는 각각 SK이노베이션과 삼성SDI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