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계층 지원을 다 없애고 전 국민에게 빵값으로 일정한 금액을 주는 것이 맞는가.”
홍남기(사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정치권이 불붙인 기본소득 도입 논란에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또 이제 막 논의가 시작된 최저임금과 관련해 지난 2~3년간 너무 급격하게 오르면서 역풍을 맞아 속도 조절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홍 경제부총리는 1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미래 경제문화포럼’에서 기본소득 도입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현재 복지지출이 한 해 180조원인데 전 국민에게 (매달) 30만원씩만 줘도 (연간) 200조원이 든다”면서 “그렇게 해서 우리 아이들이 부담하도록 하는 것이 맞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는 “같은 돈을 썼을 때 어려운 계층을 타깃으로 해 지원하는 방안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소득이 가장 높은 사람에게 빵값 10만원을 주는 것보다 인공지능(AI)에 밀려 일자리를 잃은 소득이 없는 사람에게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홍 부총리는 기본소득을 추진했다가 국민 반대로 멈춘 스위스의 사례를 들었다. 그는 “지구상에 기본소득을 도입한 나라가 없다”면서 “스위스는 기존 복지체계 개편을 함께 국민투표에 부쳤는데 이는 복지체계 개편 과정에서 형평에 어긋나는 상황이 생길 것을 우려한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역시 기초연금·아동수당 등 기존의 복지체계를 어떻게 개편할지 같이 논의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홍 부총리는 “지금 복지체계와 연계해 논의해야지 그냥 국민들에게 20만~30만원을 주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한편 홍 부총리는 “최저임금과 주 52시간 근로제는 속도 조절이 필요하지 않겠냐고 해서 속도 조절을 하고 있다”며 “최저임금이 지난 2~3년간 너무 급격하게 오르면서 역풍을 맞았고 이로 인해 포용성장에 부정적 인식이 박혀 있다”고 설명했다.
/세종=황정원기자 garde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