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여는 수요일] 외팔이 짜장면집

최달연

함양 마천 피아골에 가면


외팔로 탁, 탁 짜장면 가락을 뽑아내는

그 사내가 있다

구로공단 생활 25년으로

한쪽 팔을 잃고 웅크린 한쪽

죽지 잃은 새가 되어

절뚝거리며

실상사 근처로 내려앉은 세월

소림사 혜가 스님처럼 살고 싶어

그 근처 둥지를 틀었다

피아골 핏빛 단풍철에 미쳐

밀가루 범벅 휘파람새 같은


마천 골짜기 외팔이 짜장면집 사장이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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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걱정은 면했지만

기울어진 개암나무처럼 외로운

그는

지리산을 닮았다

마음에 흉터가 깊다

ㅇ



백 년 만의 더위가 온다는 소문 무성하다. 붉은 태양 이글거릴수록 푸른 그늘 또한 깊어지는 피아골에 가서, 저이가 외팔로 뽑아낸 짜장면 곱빼기를 시키고 싶다. 김 서린 얼음 깍두기 넉넉히 넣어주는 콩국숫집도 냉면집도 있겠지만, 저 집에 가서 불볕보다 뜨거운 짬뽕도 한 그릇 시켜 먹고 싶다. 지리산 어느 자락에 어깨 기울지 않은 나무가 있을 것이며, 사람마다 마음에 흉터 없는 사람 어디 있겠는가. 한쪽 죽지 잃은 새가 한쪽 죽지로 생계 이어가는 그곳에서 후루룩~ 후루룩~ 맛나게 짜장면 한 그릇 비우고 싶다. 외팔로 뽑아낸 면이 고르지 못한들 누가 탓하겠는가.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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