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시험 문제를 유출한 혐의로 기소된 숙명여고 쌍둥이 자매의 재판에서 검찰과 변호인이 증인으로 나온 이 학교 교사에 대한 신문 과정에서 신경전을 벌였다. 변호인 측이 쌍둥이 자매 외에 성적이 급상승한 사례가 있다는 취지의 답변을 받아내려 하자 검찰은 이의를 제기했다.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2단독(송승훈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현모(53) 숙명여고 교무부장의 두 딸에 대한 공판에는 이 학교의 사회 교사 A씨가 증인으로 나왔다. A씨는 이날 재판에서 쌍둥이 자매 외에도 성적이 급상승하는 사례가 있다며 이것만으로 유죄로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을 냈다. 그는 “강남 한복판 학교에서 그런 성적 향상은 있을 수가 없다는 말이 많았고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며 “그런데 사실조회 과정에서 우리 생각과 달리 급격한 성적 상승이 (다른 학생들에게도) 있다는 점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에는 의심했는데, 어쩌면 사실이 아닌 일로 억울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변호인은 증인신문을 하며 “아버지(현씨)가 유죄 판결을 받은 중요한 근거 가운데 하나가 2학년 2학기 때 쌍둥이가 압도적으로 전교 1등을 했다는 것”이라며 자매의 점수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바로 검찰이 “변호인이 유도신문을 하고 있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검찰은 “증인이 경험한 사실관계에 대해서만 묻고, 점수 계산 부분은 변호인이 의견으로 제시하면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변호인은 처음 보는 자료이니 자세히 설명해야 한다고 맞서자 검찰은 또 반발하는 등 언쟁이 이어졌다.
변호인이 휴정 중에도 증인에게 질문을 이어가자 검찰에서 이를 문제 삼는 등 신경전이 계속됐다. 재판부는 “차분하게 할 필요가 있다”며 “서로 각자의 역할을 하는 것이고 상대 직군에 대해 예의를 갖춰서 임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어 “학생들의 성적 분포는 검사나 변호사라도 모르는 부분이 많은 만큼 증인이 담당한 사회 과목과 경험에 근거한 의견을 물어볼 수는 있다”며 “다만 다른 과목에 대해 물어보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정리했다.
현씨의 쌍둥이 자매는 숙명여고 1학년이던 2017년 1학기 기말고사부터 이듬해 1학기 기말고사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아버지가 빼돌린 답안으로 시험을 치러 성적평가 업무를 방해한 혐의(업무방해)를 받는다. 둘은 당초 서울가정법원에서 소년보호재판을 받았지만 둘 모두 혐의를 완강히 부인함에 따라 사건이 검찰로 돌아가 정식재판이 열렸다. 아버지 현씨는 이미 대법원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이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