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국내 제약사·병원들 '하이드록시클로로퀸 불똥'

코로나19 환자 대상 추진하던 비교임상

합병증 위험↑ 논란에 중단·차질 잇따라

국내 제약사·병원들이 말라리아·류마티스관절염 등 치료제 하이드록시클로로퀸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해 추진했던 임상시험은 중단됐고, 이 약물과의 비교 임상시험을 통해 개발 중인 코로나19 치료제 후보 약물의 효과를 입증하려던 계획도 차질을 빚게 됐다.

17일 의료계와 제약업계에 따르면 서울아산병원과 에리슨제약, 강남세브란스병원과 한림제약은 지난 3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의 코로나19 치료·예방 효과를 확인하기 위한 연구자 임상시험 승인을 받았으나 최근 중단했다.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이 코로나19 환자의 심장 합병증과 사망 위험을 높인다는 논란이 잇따르자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지난 15일 사용 주의를 권고하고 긴급사용승인을 취소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미국 정부는 확보한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코로나19 치료용 등으로 주(州)·지방 보건당국에 더 이상 배포하지 않기로 했다.

코로나19 환자가 복용할 경우 심장 합병증·사망 위험을 높인다는 논란이 잇따르면서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사용 주의를 권고하고 긴급사용승인을 취소한 하이드록시클로로퀸. 국내 제약사·병원들에도 그 불똥이 튀고 있다.코로나19 환자가 복용할 경우 심장 합병증·사망 위험을 높인다는 논란이 잇따르면서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사용 주의를 권고하고 긴급사용승인을 취소한 하이드록시클로로퀸. 국내 제약사·병원들에도 그 불똥이 튀고 있다.



당초 서울아산병원은 다수의 대학병원과 함께 경증 코로나19 환자를 △에이즈바이러스(HIV) 증식을 억제하는 항바이러스제 ‘칼레트라정’ 투여군 △하이드록시클로로퀸(에리슨제약의 ‘옥시크로린정’) 투여군 △비투약군으로 나눠 차이를 비교하는 연구자 임상시험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코로나19 환자에 대한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의 부작용 논란과 임상시험 환자 모집의 어려움, 미국 FDA의 사용주의 권고 때문에 중단했다.


강남세브란스병원도 바이러스에 노출된 사람이 하이드록시클로로퀸(한림제약의 ‘할록신정’)을 복용하면 코로나19 진행 및 증상 악화 예방 효과를 볼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연구자 임상시험을 진행하려다 비슷한 이유로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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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형간염 치료제 ‘레보비르’(성분명 클레부딘)를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 중인 부광약품의 임상시험도 일부 차질을 빚게 됐다. 지난 4월 식약처로부터 임상2상 승인을 받았는데 중등증 코로나19 환자를 대상으로 레보비르와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의 안전성·유효성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임상시험을 설계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저명 의학학술지 ‘랜싯’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671개 병원의 코로나19 입원환자 9만6,000여명 중 하이드록시클로로퀸 복용자는 사망 위험이 34%, 심각한 심장 부정맥 위험이 137% 증가했다.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대학 연구팀은 미 보훈병원에 입원했다가 퇴원하거나 숨진 환자들의 의학 기록을 분석한 결과 하이드록시클로로퀸 투여군의 사망률이 비투여군의 2배를 넘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게임 체인저”라고 부르며 코로나19 치료제로 쓰일 수 있다고 언급해 한때 주목을 받았다. 트럼프는 지난달 18일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지난 일주일 반 동안 매일 하이드록시클로로퀸과 아연 보충제를 먹고 있다”고 밝혔다가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고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어 매우 위험한 행동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임웅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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