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기자의눈]원격의료, 이번에는 시작할 수 있을까

우영탁 바이오IT부 기자

이번에는 진짜 시작할 수 있을까. 전화선을 통해 PC통신에 접속했지만 사진 하나 보기 위해 5분 이상 기다려야 했던 시절이 있었다. 영화 한편을 다운로드 하는데 1초가 걸리지 않는 5세대 이동통신이 상용화되는 지금은 희미해진 기억이다. 그렇게 세상은 달라졌지만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병원을 방문해야만 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기술은 이미 준비됐다. 헬스케어 스타트업 스카이랩스는 단순히 반지처럼 손가락에 끼우고 생활하기만 하면 심방세동을 측정할 수 있는 기기를 개발해 오는 7월 영국 등 해외에 출시한다. 다만 한국에서는 안된다. 20년간 의사 환자 간 원격의료를 금지하고 있는 의료법 때문이다.


대한의사협회와 시민단체 등은 “병원 접근성이 높은 국내에서 원격의료 논의는 의료 민영화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반발한다. 하지만 국가가 단일건강보험제도를 운영하는 한국에서 원격의료 도입으로 의료 민영화가 일어난다는 걱정은 기우다. 2017년 원격의료를 전국으로 확대한 일본에서는 이미 원격의료에 건강보험을 적용하고 있다. 게다가 비용도 더 저렴하다. 일본 후생성은 고혈압 환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원격의료 비용이 대면의료 비용의 22.1%에 불과하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관련기사



고령화의 진전으로 질병의 패턴이 급성 질환에서 만성 질환으로 바뀌었다. 급성 질환은 병원을 찾아 진단과 치료를 받는 방식이 맞다. 하지만 만성 질환은 병원을 방문하더라도 첫 방문 외에는 새로운 진단을 받을 일이 많지 않으며, 완치되지도 않는다. 이 같은 만성질환은 지속적인 관리가 중요한데 현재의 대면 진료 시스템에서는 한 명의 의사가 병원에 앉아 몰려드는 환자를 상대하기도 벅차다.

원격 의료는 대안이 될 수 있다. 거동이 불편한 고령층에게 주치의처럼 다가가 효율적으로 만성질환을 관리할 수 있다. 고령화 시대에 필요한 커뮤니티케어 시스템에도 원격의료는 유용하다. 대형 병원 쏠림 현상이 걱정된다면 의원과 요양병원 등 1차 병원에 한정해서 원격의료를 도입하면 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을 맞아 한시적으로 허용된 전화 상담 및 처방에서 15만건 이상의 진료가 진행되는 동안 오진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고, 환자의 만족도도 높았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역시 최근 “비대면 의료를 받아들이는 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마부를 보호하기 위해 자동차의 속도를 시속 30km으로 제한한 적기조례는 없어지는데 30년 걸렸다. 이번에는 진짜 시작할 수 있을까.

우영탁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