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의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줄줄이 액정표시장치(LCD) 사업에서 손을 떼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 제조업체 미쓰비시전기는 오는 2022년 6월을 기점으로 LCD 생산을 중단하기로 했다. 앞서 일본의 파나소닉·JDI와 한국의 삼성디스플레이가 LCD 사업 철수를 밝혔고 LG디스플레이(034220)는 연말 국내 TV용 LCD 생산을 중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쓰비시전기는 최근 홈페이지를 통해 자회사인 멜코디스플레이테크놀로지(MDTI)의 박막액정표시장치(TFT-LCD) 모듈 생산을 종료한다고 발표했다. 수년 전 대형 LCD를 시작으로 생산량을 감축해오다가 완전 철수를 결정한 것이다.
미쓰비시전기는 산업용·자동차용 중소형 TFT-LCD 모듈을 주로 생산하고 있으며 이는 고부가가치 제품군에 속한다. 미쓰비시 전기는 LCD 사업에서 손을 뗀 후 전력기기 사업 등으로 성장동력을 전환할 계획이다.
회사 측은 생산 중단의 배경으로 ‘사업 환경 변화’를 들었다. 중국 업체들의 저가 LCD 공세에 따른 가파른 판가 하락으로 수익성이 악화하며 제품 경쟁력을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한국과 일본 기업들의 ‘탈 LCD’ 행보가 이어지며 중국 업체의 LCD 점유율은 더 가파른 속도로 상승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DSCC에 따르면 중국의 LCD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48%에서 올해 56%로 오르고 2025년 70%가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한국의 LCD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21%에서 올해 13%로 떨어지고 2022년 2%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LCD 패권을 쥔 중국은 한국과 일본 기업이 집중하고 있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술에서도 빠른 속도로 추격하고 있다. LCD에서 그랬던 것처럼 OLED에서도 저가 물량 전략을 이어갈 태세다. 가장 위협적인 기업은 세계 최대 LCD 제조업체인 BOE다. BOE는 한국보다 10여년이 늦게 LCD 시장에 뛰어들고도 물량 공세로 LCD 1위 업체가 됐다. BOE는 현재 LG디스플레이가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는 대형 OLED의 기술 개발에 10억위안(1,700억원)을 투자해 오는 2024년 TV용 OLED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HKC는 중국 후난성에 대형 OLED 생산 라인을 지어 오는 2021년부터 대량생산에 나서고 CSOT도 대형 OLED 시험 라인을 구축·가동하면서 대규모 투자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홀로 남은 LCD 시장에서 가격 결정력을 쥐고 한국과 일본 기업들의 물량을 뺏어오는 식으로 그동안 투입된 비용을 회수해 OLED에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